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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어문화 살피기

입력
2020.10.09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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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황 동상. 홍인기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황 동상. 홍인기 기자


지난 백여 년간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어 온 한국은 세대에서 세대로 언어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어휘가 단절되어, 종종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전통적인 우리말 사용의 빈도가 줄면서 표현의 복잡성, 풍부함을 잃고, 말 만들기 방식에서도 창의성이 부쩍 줄어들게 되었다.

예컨대, 비가 오는 양이나 상태에 따라 우리 조상들은 풍부한 어휘로 표현할 줄 알았다. 큰비, 동이비, 장대비, 억수, 장맛비, 폭풍우, 소나기, 여우비, 이슬비, 는개(안개비보다 굵고 이슬비보다 가는 비), 안개비, 가랑비, 먼지잼(먼지나 재울 정도로 오는 비) 등이 그런 어휘들인데, 요즘에는 일기 예보에서 비가 세차게 많이 올 것 같으면, 그저 강한 비가 예상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언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요, 지식과 경험을 갈무리하는 틀이다. 문화 교류로 외국 말이 우리말에 유입되면 한편으로는 어휘가 풍부해지는 순기능이 있지만 지나치면 우리말이 위축되고 언어 공동체의 소통을 가로막는 역기능이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대한민국 쇼핑주간), 키스 앤드 라이드(환승정차구역),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처럼 사회 각 부문에서 무언가 새 문물에 대한 명명을 할 때, 외국어 선호 현상을 아무런 살핌 없이 계속 확산한다면, 한국어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 이런 외국어 남용 현상은 전 세계 한민족 간의 소통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글로써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세종대왕의 뜻을 받들려면, 우리 언어문화를 가꾸고 우리말 사랑을 실천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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