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소속 음대 교수를 대학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정작 피해자에게는 징계 진행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서울대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에게 징계 과정을 공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또다시 ‘깜깜이식 징계’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8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대 A교수가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피해자를 배제한 밀실 징계위”라고 규탄했다. A교수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B씨는 대독발언을 통해 “대학본부에서 진행하는 징계위원회에 가해자가 회부되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실효성 있는 징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A교수는 2015년 공연 뒤풀이 후 졸업생이던 제자 B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면서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A교수가 차 안에서 강제로 입을 맞추고 수 차례 신체를 접촉했다”며 “장기간 고민 끝에 지난해 A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A교수 기소 이후 징계위에 회부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서울대 측이 A교수에 대한 징계절차를 시작하면서 B씨에게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해 7월 서어서문학과(서문과) 성추행 교수 사건 당시, 학생회가 문제의 C교수 파면을 촉구하며 연구실을 점거하자 교원 징계 절차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진술 권한 등을 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학생들은 C 교수 사건에서도 학교측이 징계위를 ‘깜깜이’로 운영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제자 성추행 및 장학금ㆍ인건비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서문과 C교수를 해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최종 결론을 전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피해자 D씨 대리인은 “C교수에 대한 징계위가 총 5번 열렸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징계위가 피해자에게 정확히 20분 분량의 진술 영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충분한 소명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가 성 비위에 연루된 또 다른 교수 2명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추행 및 성희롱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인권센터로부터 중징계 권고를 받은 교수 2명이 추가로 파악됐다. 하지만 서울대는 징계 대상자의 소속은 물론 징계 사실 자체도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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