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 집무실로 사용됐던 대한제국 고종 재위 당시 모습으로 재현된 덕수궁 즉조당 내부. 병풍, 평상 등이 배치돼 있다. 문화재청 제공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집무실로 쓰였던 덕수궁 즉조당이 프랑스 패션업체 에르메스의 도움으로 재위 당시 모습대로 되살아났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에르메스 코리아와 전통문화 보존단체 아름지기와 협업해 재현한 덕수궁 즉조당의 집기류(내부 물품)를 11일까지 시범 공개한다고 8일 밝혔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 재위 당시 모습으로 재현된 덕수궁 즉조당 내부. 문화재청 제공
광해군과 인조가 즉위한 장소인 즉조당은 대한제국 때는 정전(正殿)으로 잠시 사용됐다가 이후 고종 황제의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됐다. 이를 고려해 즉조당을 고종 황제의 집무 공간으로 설정, 집기류 유물을 재현했다.
일단 즉조당 방 안쪽 황제의 자리에는 장수와 부귀를 상징하는 ‘수(壽)’와 ‘복(福)’을 수놓은 10폭 병풍 ‘백수백복자자수병풍(百壽百福字刺繡屛風)’과 이동식 침상이나 의자 용도로 사용했던 평상, 책상인 경상(經床)이 배치됐다. 신하 자리인 황제 자리 앞쪽에는 경상과 함께 연상(硯床ㆍ붓과 먹이 보관되는 상자)이 놓였다. 더불어 조명 기구인 좌등(座燈), 등잔을 얹어 불을 밝히는 유제등경, 은입사촛대도 방 안에 뒀다.

재현된 덕수궁 즉조당 내부 신하의 자리. 문화재청 제공
즉조당 집기 재현은 2015년 정부가 에르메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작한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 사업’ 일환이다. 복원과 보수가 비교적 꾸준히 이뤄진 궁궐 건축 문화재와 달리, 내부 생활상을 유추하게 해 주는 전각 내부 물품 복원ㆍ재현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인식이 협약의 배경이었다.
2018년 시작돼 올해 집기 재현 사업이 마무리된 즉조당은 덕수궁 함녕전(2015~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대상이었다. 국내 박물관 등에 소장된 조선 시대 원형 집기들을 근거 삼아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고 국가무형문화재 등 분야별 전문 장인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번에는 관람객들의 즉조당 입장을 금지하고 외부에서 창호를 통해 재현 집기를 감상만 하도록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입장을 허용해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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