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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연기한 김대명 "여덟살 제  모습 떠올리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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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연기한 김대명 "여덟살 제  모습 떠올리려 했죠"

입력
2020.10.12 09:00
수정
2020.10.12 21:5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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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멩이' 주연배우 김대명.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돌멩이' 주연배우 김대명.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 김대명(40)은 ‘조심’이 뼛속까지 몸에 밴 사람처럼 보였다. 자만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는 사람. 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종이에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해가며 한마디 한마디 정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김대명은 뜻하지 않게 올 가을 극장가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됐다. 곽도원과 함께 출연한 ‘국제수사’가 추석 연휴에 맞춰 지난달 29일 개봉한 데 이어 15일 첫 주연 영화 ‘돌멩이’가 개봉하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수 차례 개봉을 미루고 또 미루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확정했다. “감사하는 마음이 크죠. 이런 시기에 두 작품으로 인사드려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시기가 겹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는데 이번 작품은 특히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집니다.”

영화 ‘돌멩이’는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청년 석구가 성폭행범으로 몰리면서 생기는 믿음과 관계의 변화를 그린다. 김대명은 이 작품에서 덩치만 어른일 뿐 여덟 살 어린이 같은 마음을 지닌 석구를 맡아 극을 이끈다. 그는 출연 제의를 받은 뒤 “석구라는 인물을 발바닥이 땅에 붙어서 잘 서 있는 모습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에 담긴 의도가 퇴색하지 않게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가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다름을 이야기하는 작품인 만큼 이 영화를 본 관객이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있어서”였다.

김대명은 ‘돌멩이’의 시작과 끝이라 할 만큼 발군의 연기력으로 석구를 실제 인물처럼 조각해낸다. 106분간의 상영시간을 오롯이 끌고 가는 인물이지만 대사는 백 마디도 채 안 된다. 석구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선 표정과 몸동작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서울 보라매공원 인근에 있는 관련 시설을 찾아 장애인을 20여년간 가르친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여덟 살 때 나 자신을 떠올리려 애썼다”고 말했다. 석구를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촬영이 없어도 가급적 현장에 머무르려 했다고도 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악덕 포주(영화 ‘방황하는 칼날’) 같은 악역에서 평범한 직장인(드라마 ‘미생’), 마음씨 좋은 산부인과 의사(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그는 “항상 두렵다”고 했다. “작품 의도에 맞게 연기했는지,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게 했는지 늘 겁이 난다”는 것이다. “촬영을 마친 뒤 이 정도면 괜찮았다는 생각은 이전에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영화 '돌멩이' 중 한 장면. 극 중 성폭행범으로 몰린 발달장애인 석구(왼쪽, 김대명)를 모두 따돌리고 외면할 때 그를 지켜주는 건 오직 마을 성당의 신부(오른쪽, 김의성)뿐이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돌멩이' 중 한 장면. 극 중 성폭행범으로 몰린 발달장애인 석구(왼쪽, 김대명)를 모두 따돌리고 외면할 때 그를 지켜주는 건 오직 마을 성당의 신부(오른쪽, 김의성)뿐이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라면 묵직한 저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다소 높은 목소리가 컴플렉스였다는데, 이젠 그 목소리가 배우 김대명의 시그니처가 됐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목소리만 들으면 다 알아본단다. 어떤 캐릭터든 살아 있는 인물처럼 그려내는 연기력으로 대중이 느끼는 호감도는 계속 상승 중이다. 올 겨울엔 지난 상반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촬영도 시작한다.

그는 인터뷰하면서 여러 차례 ‘행복’을 언급했다. “예전엔 과정이 힘들어도 결과가 좋으면 좋게 남겠지 했는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영화란 게 공동작업인 만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고 즐겁게 잘 촬영했다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돌멩이’를 찍으면서도 김의성, 송윤아 선배 같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에게 행복이란 어떤 걸까. 의외로 소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걸 그 생각이 들었을 때 하는 거죠. 맛있는 걸 바로 그런 생각이 들 때 먹는 것처럼요(웃음).”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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