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2020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상온 노출 등 부실한 백신 관리 체계에 대해 보건당국 책임자들이 거듭 사과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백신을 맞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독감 백신 관리 문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상온에 노출됐으나 안전하다고 발표한) 그 백신은 누가 맞아야 하나”라며 “저를 비롯한 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부터 맞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사실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는 (접종해도) 괜찮지만, 국민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는 고민스럽다”며 “저와 의원님이 모두 시범적으로 맞는 것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어 “그게 바른 자세라면 백신을 접종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종이상자에 담긴 인플루엔자 백신. 강기윤 의원실 제공
정부는 전날 상온 노출이 의심돼 사용을 중단했던 독감 백신 539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중 상온 또는 0도 이하 저온에 노출돼 효력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48만 도즈를 수거하고 오는 12일부터 국가 무료 예방접종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청장은 국감 모두 발언에서 “최근 발생한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관련 문제로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부실한 백신 관리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병청에서는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을 접종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가 이후 3,000건이 넘게 나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청장은 “유통 관리가 미흡해 예방접종 일정이 지연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백신 조달 계약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가예방접종사업 입찰을 짬짜미한 백신 제조사 법인과 임직원 8명을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2016~2018년 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등의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가를 공모한 후 다른 발주처를 들러리로 세우는 방식으로 낙찰가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제약사 담합에 대해 박 장관은 “백신뿐 아니라 납품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이며, 소수 독과점인 상황이 문제인 것 같다”며 “그 부분이 투명해져야 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면밀하게 관찰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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