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단은 존치된 낙태죄... 향후 사법절차 변화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단은 존치된 낙태죄... 향후 사법절차 변화는

입력
2020.10.07 18:01
수정
2020.10.07 20:49
8면
0 0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중단(낙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실에 낙태죄 폐지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중단(낙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실에 낙태죄 폐지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정부가 7일 낙태죄와 관련해 입법예고한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의 핵심은 ‘임신 14주까지는 임신중단(낙태) 전면 허용, 임신 15~24주의 허용 사유 추가’로 요약된다. 낙태 허용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하면서도 형사처벌 가능성은 남긴 셈이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낙태 행위에 대한 처벌 및 허용을 형법으로 일원화한 게 가장 눈에 띈다. 현재는 형법에 낙태죄를 명시해 처벌토록 하는 대신, 모자보건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 사유를 두는 식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임신 24주까지의 ‘낙태 허용 요건’을 형법에도 신설(제270조의2)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성폭행에 의한 임신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임부의 건강 위험 등과 같은 기존의 요건에 더해, ‘임신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새로 추가됐다.

관건은 ‘사회적ㆍ경제적 이유’라는 문구가 향후 낙태죄 사법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다. 법무부는 “임신한 여성이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만 거치면 일단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이 무혐의 또는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대폭 줄게 됐다. 기존에는 낙태를 한 여성 또는 시술을 한 의사 쪽에서 위법성의 조각사유(죄가 안 됨)를 내세워야만 했다. 그러나 개정안대로라면, 낙태죄를 적용해 기소한 검찰 측에서 ‘유죄’ 증명의 책임을 지게 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 ‘사회적ㆍ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볼지 법률적 해석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법무부는 시행령 등으로 해당 요건을 하나하나 명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별 사례들을 통한 판례가 쌓이면서 구체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언급했던 ‘사회적ㆍ경제적 사유’ 10가지가 참고가 될 전망이다. 당시 헌재는 △여성의 학업ㆍ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우려가 있는 경우 △소득이 불충분ㆍ불안정한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나 명시적인 법률적 해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다, 어쨌든 낙태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게 변수다. ‘사회적ㆍ경제적 이유’를 얼마나 폭넓게 볼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낙태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태죄가 사문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나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