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됐지만, '국정'도 '감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보단 정략에, 감사보단 정치공세에 여야 모두 힘을 쏟았다. 야당의 증인ㆍ참고인 채택 요구에 여당이 일찌감치 방탄막을 친 탓에, 첫날부터 증인ㆍ참고인 출석 실갱이가 지리하게 벌어졌다. ‘복사해 붙여넣기’를 한 듯, 대부분 상임위에서 비슷한 소모전이 연출됐다.
“秋 아들 관련 증인 불러야” vs “사과부터 하든가”
최대 격전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이 모두 걸쳐 있는 국방위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작부터 증인 채택 문제 제기를 하면서 고성까지 오갔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이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특혜다'는 의견이 61.7%, '특혜가 아니다'가 29.3%이며, 이것이 민심”이라면서 “(관련 증인이 하나도 없는) 이런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 회의가 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민주당의 증인 채택 거부에 반발하며 간사직을 던졌고, 국감에도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추 장관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민주당 소속인 민홍철 국방위원장이 나서 “26일 종합감사 전에 증인 채택 문제를 절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며 중재를 시도해 가까스로 감사가 개시됐다.
“정쟁 말라며 야당 겁박” vs “우리가 무슨 겁을 주냐”
법제사법위, 보건복지위 등의 상황도 판박이였다. 법사위의 대법원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장관 아들 의혹 관련 증인 채택을 재차 요구했고,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거부하며 고성이 오갔다. 복지위에서는 추 장관 아들 무릎을 수술한 의사에 대해 동행명령서를 발부하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쟁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들 간 언쟁이 빚어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서는 사망 공무원 친형의 증인 채택 합의가 불발된 것의 여진이 이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고인의 형과 아들을 국회로 불러 호소를 듣고 정부에 뭘 요구하고 질책할지 따져보는 게 헌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남북이 함께 피격 사건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게 먼저"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 의원들 겁주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무슨 겁을 주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해진ㆍ서경배 나와라” 기업인 호출도
기업인들의 국감 불참을 두고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과학기술정보위의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것을 거론하며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자사 쇼핑서비스 검색 노출 결과를 조작했다고 보고 네이버에 총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포털의 뉴스 조작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야당은 보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나치게 서로 간 정치공방으로 가면 곤란하다”며 증인 채택을 사실상 거부했다.
정무위에서는 고열, 두통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서 대표는 가맹본부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여야가 증인으로 불렀으나, 6일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불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고열이 난다면서 정형외과에 가서 증빙서(소견서)를 가져왔다”고 꼬집었고, 서 대표 증인 출석을 강하게 요구해 온 유의동 의원도 “종합 국감(22일) 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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