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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 야도 반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물건너가나

입력
2020.10.07 19: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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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괴물 같은 해괴망측한 재정준칙."(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이 시기에 왜 굳이 재정준칙을 만드나."(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에 나선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도입하려는 재정준칙을 두고 "시기와 형식 모두 적절하지 않다"며 한 목소리로 강하게 질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래도 준칙은 필요하다"고 맞섰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가 제출할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의 최대 화두는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이었다. 이는 정부가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비율을 -3% 내로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여야는 모두 재정준칙 도입에 반대했으나, 이유는 서로 달랐다. 야당은 재정준칙 기준이 너무 느슨하고, 현 정권의 방만재정 책임을 다음 정부로 떠넘긴다는 데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이 각종 예외와 면제로 '맹탕 준칙', '고무줄 준칙'이 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재정 운용에 면죄부를 주려는 정치적 준칙"이라고 주장했고, 기재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한 마디로 '우리는 원 없이 쓰고, 차기 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재정준칙"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반대로 여당은 재정준칙 도입이 현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발목잡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준칙 필요성과 도입 취지를 이해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굳이 도입해야 하느냐"며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당 홍익표 의원도 "지금은 국가채무가 아니라 경기침체를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 도입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준칙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야당의 지적에는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엄격한 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지금 꼭 도입해야 하느냐는 여당의 지적에는 "지금처럼 국가채무가 빨리 늘어날 때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연말까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정치권에서는 기재부가 여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재정준칙을 마련해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재정준칙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가 재정준칙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여당 지도부와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여당은 꼭 지금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법 개정안을 마련할 때 여당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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