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하고 있는 특정 종목의 주식 가치가 가족 지분을 모두 더해 3억원을 넘으면 내년부터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매기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가족 합산' 대신 '개인별 산정'을 검토하겠다는 건데, 여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내년 시행 방침도 연기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 첫날 “과세 기준인 '세대별 합산 3억원'은 불합리하다”는 고용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세대별 합산 문제는 개인별 기준으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동학개미 운동이 부른 변화
이번 사안을 둘러싼 갈등은 올해 특수한 증시 상황과 연관이 깊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 등으로 순차적으로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주식 보유액을 산정할 때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의 보유분도 합산하게 된다.
"3년 전부터 예고했던 정책이니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일어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상황을 바꾸었다. 주가 급반등을 주도했고, 최근엔 우리 증시의 '레벨업(한 단계 도약)'까지 기대하는 다수 개인투자자들이 정부 방침에 대거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애써 살아난 주식투자 붐이, 대주주 세금 회피를 위한 대량 매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주주 산정 기준에서 '가족 합산'을 빼고, 더 나아가 양도세 전면과세가 예정된 2023년까지 3억원 기준 적용도 유예하라는 것이 동학개미 군단의 요구다.
가족 합산은 유예할 듯
이런 개인투자자 여론에 동조하는 여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장에서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우원식 의원은 “주식 3억원 이상 보유 일가에 대주주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부터 거부감이 크다”며 “세대 합산은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을 막는 잣대이지 개인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국 홍 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의원님 지적도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며 “세대 합산 문제를 ‘1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일부 정책변경 의사를 밝혔다.
여당 "3억원 기준도 유예" 압박 지속
다만 정부는 여전히 내년부터 3억원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고용진 의원이 2023년 금융소득과세 개편방안 시행을 언급하며 "굳이 2년을 앞당길 필요가 있나. 세수가 얼마나 확대되나" 묻자 홍 부총리는 "이미 2017년에 결정된 사안" "증세 목적이 아니라 과세 형평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도 정부 스스로 기준을 완화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마련된 것인 만큼 정부도 입법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변동 여지는 계속 열려 있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기존 정책 방향을 지켜야겠지만, 앞으로 논의나 의견들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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