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균 前 넥센 히어로즈 투수
장애ㆍ非장애인 혼성팀 맡아
지난해 창단 후 처음 승리 따내
"프로 14년 만에 첫 승때처럼
아이들에 승리 희망 심어 보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어린이 야구단을 맡아서도 1승을 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선수를 버리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6일 경기 성남모란야구장에서 만난 넥센 히어로즈 전 투수 황덕균(37)은 1승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프로야구에 데뷔한 지 14년만에 감격의 첫 승을 신고했으니 말이다. 그는 은퇴 후 장애인ㆍ비장애인 어린이가 함께 뛰는 베스트원 야구단 감독과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야구학원 DK미라클 대표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성남시 공립학교 야구부 순회 코치를 맡고 있다.
선수시절 그의 전적은 단출했다. 2016년 9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 넥센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거둔 1승과 또 다른 경기의 1패가 전부다. 2002년 두산 베어스 입단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된 지 14년만에 첫 승을 거둔 4년 전 그날에 대해, 그는 “로또 맞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럴 만도 했다. “너무 기뻐서 2박 3일을 울었다”는 황씨는 그날이 오기까지 매년 은퇴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그가 두산 베어스, 독립리그 야구단인 서울 해치 야구단, NC 다이노스, KT 위즈, 넥센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연달아 갈아 입는 고통 속에서도 우직하게 첫 승을 목표로 끝까지 버틴 이유는 뭘까. 황씨는 “여기서 중도포기하면 사회에 나가서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오래 공들인 만큼 짜릿했던 1승은 이제 황씨의 운명이 된 듯하다. 지난해 그가 재능기부로 감독을 맡았던 장애인ㆍ비장애인 혼성 야구단인 베스트원도 연습경기이기는 하지만 창단 후 첫 승리를 따냈다. 베스트원 야구단이 거둔 1승의 의미에 대해 황씨는 “아이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서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황씨의 1승은 남들의 100승만큼 값어치는 있지만, 그래도 1승을 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는 이에 대해 “좋은 지도자는 많이 만났지만 내가 잘못 받아 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서움을 주기보다는 이해시키고 고충이 뭔지 경청하고 대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야구 1ㆍ2군을 수차례 오가고 방출까지 겪은 그는 자신이 성장하면서 겪었던 아픔이 반영된 듯 “선수를 버리지 않는 지도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세상 누구보다 값진 승리의 가치를 잘 알기에 스타가 아닌 평범한 후배들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 후배들을 볼 때마다 “야구할 날은 많다. 사람 일은 모른다"며 다독이는 이유도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키움 히어로즈 이영준(29) 선수는 지난 8월 “KT에서 방출 당했을 때 육성선수 테스트를 추천해준 황덕균 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본보에 밝히기도 했다. 황 코치가 설립한 DK미라클은 그가 몸 담았던 넥센 히어로즈 출신 후배 3명이 이어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으로 절실함, 인정욕구, 집중력,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꼽았다. 자신이 실패했던 이유는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프로 선수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성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이 좋지 않아 예의에서 벗어나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운동에서도 끝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1승 투수'였던 그의 지론이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14년 투자해서 1승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게 된다면 나도 10승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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