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국내 경제학자의 75%가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지 않는 ‘연성 준칙’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는 ‘경성 준칙’을 지지하는 의견보다 많았다.
한국경제학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부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에는 문항별로 39~40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경제학자들, "국가채무비율 지속 불가능"
학회는 먼저 “2024년 국가채무비율이 60%에 근접한다. 정부는 이 비율이 아직 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이기에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응답자의 35%는 "정부 입장에 강하게 부동의한다"고 응답했으며, 40%는 "약하게 부동의한다"고 답했다. 정부의 입장에 동의한 학자는 18%(강한 동의 5%, 약한 동의 13%)에 그쳤다.
'약한 부동의'를 선택한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현재 수준에서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큰 문제가 있고 지속불가능한 국가채무비율이 되는데 지금 추세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세수 기반이 계속 축소되는 가운데 의료복지지출 확대, 국민연금 적자전환, 사회안전망 지출확대 등 재정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약한 부동의’를 선택한 안재빈 서울대 교수는 “글로벌 투자기관에서 재정건전성을 평가할 때 한국의 비교집단으로 신흥국을 고려한다”며 “신흥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국가채무 부담 능력, 장기채무 비중이 늘어나는 국채 만기구조, 조달금리 하향 추세, 외국인의 채권 소유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강한 동의’ 의사를 밝혔다.
‘약한 동의’를 선택한 양희승 연세대 교수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서는 국가채무비율 상승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고, 지금 같은 위기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돕기 위한 재정지출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재정준칙 필요 92%… "느슨한 준칙으로 가야"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는 92%가 동의했다. ‘재정당국의 재량을 우선시하되,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지 않는 연성 재정준칙’에 동의한 의견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는 경성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38%였다. 경성 재정준칙을 운용하면서 강제성을 둬야 한다는 응답(5%)도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치 자체를 명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축성, 엄격성이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치를 명시하되 사안에 따라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연성 재정준칙’에 손을 든 이영 한양대 교수는 “재정규율을 법제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현재 세대의 혜택을 위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향후 재정 관리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고령화ㆍ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50%)를 꼽았다. 이어 '성장 동력 약화에 따른 저성장'(18%), 정부 역할 확대를 주창하는 정당의 집권(10%)이 뒤를 이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부채 관리의 목표나 기준으로는 중장기적 재정 지속 가능성 충족(36%), 부채 상환 부담의 다음 세대 이전 방지(26%),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양호한 국가 신인도 유지(23%)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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