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원화 계획을 확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측을 중재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확정한 것이어서 ‘관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가열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서둘렀다는 게 서울시의 변이지만, 권익위 중재 와중에 이뤄진 서울시의 이번 결정으로 양측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서울시는 7일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북촌지구단위 계획 수정안을 상정해 가결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의 핵심은 현재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3만7,141㎡ 규모)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던 곳이나 일제수탈과 미국대사관 숙소 사용 등으로 88년간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겼던 곳”이라며 “송현동 부지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미개발 대규모 부지라는 입지적 중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확정한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시종일관 일방적인 행보를 보여온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양측을 중재하고 있는 권익위원회는 아직 최종 결론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서울시는 이날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공원화 계획을 확정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재 기관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각종 부동산 개발 인ㆍ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먼저 타인 소유 부동산을 공원화하는 계획을 확정한 것은 선을 넘은 ‘사유재산 침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와중에 서울시의 공원화 구상 공개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영난에 빠지자 지난 2월 송현동 부지 매각을 결정했고, 당시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5월 해당 부지에 대한 공원화 구상을 밝히면서 6월 1차 예비입찰에서는 실제로 매입의사를 밝힌 기업이 ‘전무’를 기록했다. 공원부지로 지정되면 개발을 할 수 없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서울시가 이날 공원화 계획을 일방적으로 확정함에 따라 향후 보상비를 놓고도 양측은 큰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권익위 중재로 매입가는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가격으로 산정하기로 했다”면서도 “구체적 방식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 과정에서 양측의 날 선 신경전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5,000억원 이상에 매각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타당성 조사에서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산정한 바 있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제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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