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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망명, 남북관계 또 다른 악재 안돼야

입력
2020.10.0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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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잠적하기 전 북한의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사진. 뉴스1

2018년 11월 잠적하기 전 북한의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사진. 뉴스1

2년 전 잠적해 망명설이 돌았던 북한의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김정은 체제 이후 태영호 주영국 공사에 이은 고위급 망명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귀임 직전 부인과 함께 사라진 조 대사대리는 유럽 제3국 정부의 보호를 받다 고심 끝에 한국에 가기로 결정해 직접 현지 한국대사관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엘리트 집안 북한 고위 외교관의 망명은 북한 체제의 한계와 균열을 보여 주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조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그러지 않아도 경색된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과거 황장엽, 태영호 망명 때에도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 등을 동원해 대남 비난을 쏟아냈으니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측 공무원의 연평도 인근 사살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조 대사대리의 망명이 자의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 정부가 떠안을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느 시점에서 공개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 고위 공직자 망명 수용을 1년 넘도록 비밀에 부친 것도 북한에 송환된 조 대사대리 딸의 안전이라는 인권 문제나 남북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본다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대화에는 진척도 없이 남북 관계 악재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설사 북한의 성토가 나온다 하더라도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둔 북한은 연말까지 '80일 전투'로 자력갱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대선을 주시한 뒤 협상에 나선다는 전략 아래 남북, 북미 대화보다는 내정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여지가 적더라도 한반도 평화 기조를 유지, 발전시키려면 북한과 접촉 기회를 늘려가지 않을 수 없다. 김여정 방미 주선 소문도 사실이라면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피격 사건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정상이나 당국자 대화도 적극 타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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