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이 다가오면서 북한이 연일 경축 분위기를 띄우는 가운데 6일 밤 평양에서 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영상쇼 '빛의 조화 2020' 공연이 열렸다.
과거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10만명이 참여하는 매스게임 '아리랑'이나 대대적인 불꽃놀이를 벌여 온 북한이 3D프로젝터를 이용한 조명 공연을 연 것은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빛의 조화 2020'의 현장 분위기를 "평양 제1백화점과 주변의 장대재 기슭은 뜻깊은 10월 명절을 환희롭게 장식하는 황홀한 빛의 예술을 보게 된 관람자들의 흥분으로 설레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해당 영상쇼는 공교롭게도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환송공연 '봄이 온다'를 연상시킨다. 당시 남측은 회담장소였던 판문점 평화의집 건물 전체에 당일 촬영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을 투사하거나 남북 화합의 의미를 담은 영상을 오버랩시켜 무대 배경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 부부를 비롯해 북한 최고위급 간부들은 레이저빔과 프로젝터를 활용한 다채롭고 웅장한 공연을 유심히 지켜보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평양에서 펼쳐진 이번 영상쇼가 당시 최고위층에게 감동을 안긴 남측 공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한 이유다.
노동신문은 빛의 조화 2020에 대해 "우리 식의 독특한 3차원 다매체와 다통로 다중 투영기술" 이라며, "건물 벽면의 광학적 특성을 활용한 점과 선의 정밀 형상으로 사회주의 문명의 별천지와 기념비적 창조물들을 생동하게 현시하는 빛의 예술은 관중들의 끝없는 감동을 자아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건물 외벽뿐 아니라 어두운 밤 하늘에 색색깔의 레이저 빔까지 수놓았던 남측 공연에 비해 북한의 이번 공연은 건물 벽에만 프로젝트 영상을 투사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입체감이나 화려한 느낌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북한은 연일 경축 행사 소식을 상세하게 알리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기념행사에 초청된 각 지역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노동당 창건일은 1945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이 모체로 삼았던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평양에서 창설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북한에서는 '당 창건일'이라고도 부른다. 휴일인 당 창건일 북한 전역에서는 예술 공연과 전시 등 각종 경축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아리랑 공연과 대동강변 불꽃놀이, 청년학생 무도회 등이 정상적으로 열릴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 신무기를 공개하는 등 북한 정권이 대외 무력 시위 수단으로 활용해 온 열병식은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