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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도 "낙태죄 유지는 역사적 퇴행"… 정부안 반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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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도 "낙태죄 유지는 역사적 퇴행"… 정부안 반대 목소리

입력
2020.10.07 10:54
수정
2020.10.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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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민주당 의원 "실효성 없어"
낙태죄 전면폐지 법안 발의 예고도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주한 외국 대사관 초청 차별금지법 국회 인권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주한 외국 대사관 초청 차별금지법 국회 인권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태죄는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인공 임신중절(낙태)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정부를 향해 "그동안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 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7일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태죄 처벌이 아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대안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가 입법 예고할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양성평등위)가 낙태죄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개정을 법무부에 권고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관련 개정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부의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성범죄, 산모 전염병 등에 따른 임신ㆍ출산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임신 24주까지도 임신 중단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정부는 입법 예고일부터 40일 이상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게 된다.

권 의원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 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정 시기 이후는 임신 중단의 허용범주가 아니라 의사의 의료적 판단과 여성의 결정에 따라 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임신주수와 허용 사유를 그대로 고수한 정부안은 실효성 있는 입법 방향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낙태죄 전면 폐지개정안 조속히 발의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권 의원은 정부안과는 별개로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 비범죄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장을 입법 원칙으로 하는 관련 개정안을 마련했다고도 밝혔다. 권 의원의 개정안은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전면삭제하고,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제14조)를 삭제하게 된다. 그는 "국회 차원에서 임신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 중단 또는 지속을 선택할 수 있는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조속히 발의하겠다"라고도 전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은 올해 8월에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법무부 양성평등위의)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낙태죄를 비범죄화하고,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21대 국회는 관련 논의에 침묵해왔다. 사회적으로 찬반이 갈리는 사안인 만큼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원이 없어 법안 발의도 '0'(제로)였다. 만약 권 의원이 정부의 입법 예고 시한인 40일 이내에 개정안을 발의하면 정부안과 병합, 국회에서 심사하게 된다.

권 의원은 이날도 "더 이상 국회는 침묵하지 않고 임신 중단 여성에 대한 처벌과 통제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여성의 건강권,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성평등한 대안 입법을 국회가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낙태죄 완전 폐지' 요구해온 여성계도 반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퍼포먼스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퍼포먼스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의 이번 입법 예고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 초기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당시 태아가 모체를 떠나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 개정안은 헌재 결정보다 낙태 허용 기한을 더 좁혔다.

여성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의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은 "낙태죄를 존치하는 정부 입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임신주수에 따라 새로운 세분화된 처벌 기준을 만드는 일종의 후퇴"라고 했다. 임신 중지 시행 건수에 견줘 기소가 현저히 적어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를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처벌 근거를 오히려 더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다만 개정안은 40일 동안 입법 예고 후에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법 개정 시한인 올해 말에 가서야 낙태죄 처벌 조항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에서도 '낙태 비범죄화' 내용을 담은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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