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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트럼프... 코로나에 백악관ㆍ펜타곤은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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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트럼프... 코로나에 백악관ㆍ펜타곤은 마비

입력
2020.10.07 1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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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선임보좌관 등 백악관 참모 10명 감염
해안경비대 부사령관 확진에 국방부도 비상
바이든 "코로나는 정치적 무기 아니다" 일갈

"고위 참모들 중에서 확진자가 계속 생기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원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백악관으로 돌아오려 한 건 미친 짓이다. 백악관은 이제 불결한 장소가 됐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6일(현지시간)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 발언을 이렇게 전했다.

5일 퇴원을 강행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은 이틀째 별 이상이 없다고 본인과 의료진이 확인했다. 하지만 감염자 명단에 '막후 실세' 스티븐 밀러 선임보좌관이 추가되는 등 백악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만 10명에 달했다. 해안경비대 부사령관이 양성 판정을 받으며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국정 운영과 군 준비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의 국가 지도부 마비 사태에 미국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날 오후 밀러 보좌관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밀러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반(反)이민정책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호프 힉스 보좌관을 시작으로 니콜라스 루나 수행비서,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 등 백악관 핵심 참모가 대부분 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정부 기능에 문제가 있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전혀 아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악관 집무 공간인 '웨스트윙'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전국 주지사들 간 연례회의 도중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하품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전국 주지사들 간 연례회의 도중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하품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 국방부 상황도 심상치 않다. 찰스 레이 해안경비대 부사령관이 5일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최근 펜타곤 보안구역에서 함께 회의를 했던 밀리 합참의장,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등 고위장성 10여명이 자택에 격리됐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당시 해외출장 중이었다. 국방부는 "미군의 작전 준비태세와 임무 수행능력에는 변화가 없다"며 "수뇌부는 격리 중이지만 군대는 여전히 작전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 추가 확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레이 부사령관은 지난달 27일 백악관 행사에서 에스퍼 장관, 밀리 합참의장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접촉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동참모본부 의장. AFP 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군 합동참모본부 의장. AFP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 행사에 참석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2명도 코로나19에 걸려 18일까지 상원 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미 백악관, 펜타곤, 의회 등 워싱턴 중추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계속 글을 올리며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공격했다. 특히 코로나19 경기부양 관련 법안 협상 중단을 지시하면서 민주당을 자극했다. 미 폭스뉴스는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배럿 대법관 후보자 인준에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에서 대법관 인준 문제로 이슈를 다시 돌리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란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 국립군사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스버그=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 국립군사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스버그=AP 연합뉴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를 찾아 역공을 펼쳤다.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연설 장소로 유명한 이 곳에서 바이든 후보는 링컨의 '분열된 집' 연설을 인용하며 단합을 강조했다. 동시에 "마스크를 쓰는 건 정치적 입장 표명이 아니라 과학의 추천이며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어떤 정당에 속했는지 가리지 않는다"면서 "그건 바이러스이지 정치적 무기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양측의 맞대결은 8일 열리는 마이크 펜스ㆍ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15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후보 2차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치료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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