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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지령 시달리고… '금수저' 탈북자의 한국 정착은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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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지령 시달리고… '금수저' 탈북자의 한국 정착은 험난했다

입력
2020.10.07 10:06
수정
2020.10.07 10: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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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고난의 행군때 탈북 러시?
황장엽·고영환 등 한때 암살 위협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9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9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부터 국내에 입국해 체류중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행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탈북이 공개될 때마다 북측이 신변 위협을 하는 등 날카롭게 대응한 사례가 많아 향후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고난의 행군' 시기엔 탈북 러시

북한 고위급 인사의 탈북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북한이 식량난·에너지난·경제난이 겹치고 소련 해체로 사회주의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고위급 인사들이 북한을 떠나는 사례가 많았다. 1991년 콩고 주재 북한 대사관의 1등서기관 고영환씨, 1994년 강성산 정무원 총리의 사위 강명도씨, 1994년 김일성종합대 교원 조명철씨, 1995년 북한 대성총국 유럽지사장 최세웅씨 일가, 1996년 현철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 상무부국장(현 노동당 중앙위원 겸 조선인민군 원수)의 조카인 잠비아 주재 대사관의 현성일 서기관 등이 모두 한국으로 왔다.

제3국 행을 택한 북한 인사들도 많았다. 1997년 장승길 이집트 대사와 형인 장승호 프랑스 주재 경제참사관, 1999년 독일 베를린 주재 이익대표부 김경필 서기관 등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1990년대엔 동유럽에서 공부하던 북한 유학생들의 탈북 행렬도 이어졌다.

북한에 가장 충격을 안긴 망명은 1997년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황장엽 노동당 비서와 김덕홍 노동당 부실장이 한국으로 온 사건이다. 황 비서는 북한의 핵심 지도부의 일원이자, 역대 탈북자 가운데 지금까지 최고위 인사다.

2000년대 이후에도 고위급 인사의 탈북은 있었지만, 정부가 공개한 사례는 많지 않다. 2000년 타이 주재 북한대사관의 홍순경 참사관, 2016년 태영호 영국대사관 공사가 한국으로 왔다.


1997년 4월20일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가 필리핀 민항 특별기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특별기 트랩을 내리기에 앞서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고 있다. 황 비서의 오른쪽은 함께 망명한 김덕홍 여광무역총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7년 4월20일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가 필리핀 민항 특별기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특별기 트랩을 내리기에 앞서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고 있다. 황 비서의 오른쪽은 함께 망명한 김덕홍 여광무역총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암살 지령' 탈북 인사 테러 주의보

고위급 인사의 탈북이 드러난 이후 북한이 각종 매체를 통해 비난하거나 신변을 위협하는 사례가 많았다. 역대 탈북자 중 최고위층인 황장엽 노동당 비서는 한국에 온 이후 내내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그의 탈북이 알려진 후에는 북한 매체들이 "비겁자는 갈 테면 가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전하는 등 날선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09년에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침투한 북한 공작원 2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는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됐다. 이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처인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아들이다. 1982년 스위스에서 망명한 뒤 한국에 정착해 살았다. 1997년 2월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북한 공작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2016년에도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출신)에 대한 암살 위협이 있다는 첩보를 정보당국이 입수해 경호를 대폭 강화한 사례도 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가장 최고위급 인사의 탈북이라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를 자극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7일 오전 현재까지 북한 대내외 매체에서 관련된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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