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위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인 랭킹 2위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이 4년 연속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유로) 우승컵에 성큼 다가섰다. 연이은 완승으로 4강전에 오른 나달은 그에게 한 차례 굴욕을 안겼던 28세 디에고 슈와르츠만(14위ㆍ아르헨티나)을 상대하게 돼, 그가 설욕 끝에 우승컵을 들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나달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대회 10일째 남자 단식 8강전이자 자신의 100번째 프랑스오픈 경기에서 19세 야니크 시너(이탈리아ㆍ75위)를 3-0(7-6<7-4> 6-4 6-1)으로 꺾고 준결승전에 올랐다. 첫 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며 접전을 펼쳤지만, 이어진 2세트에서 상대의 의욕을 꺾어 마지막 세트에선 단 1게임만 내준 채 경기를 마쳤다.
클레이코트에서 강해 '흙신'이라 불리는 나달은 자신의 텃밭인 프랑스오픈에서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이자 대회 4연패를 노리고 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게 된다면, 로저 페더러(스위스ㆍ4위)가 보유한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20회)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나달은 우승으로 가는 관문에서 최근 '숙적'으로 떠오른 슈와르츠만을 상대로 설욕에 도전한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선수 중 키가 170㎝로 최단신인 슈와르츠만은 약점인 서브를 빠른 몸놀림으로 메우는 선수다. 지난달엔 클레이코트에서 펼쳐진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대회(로마오픈) 8강전에서 나달을 무릎꿇게 했다. 나달은 이때 무려 실책을 30개나 범했고,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채 0-2(2-6 5-7)로 완패했다. 무려 그가 1년 4개월 만에 처음 맞는 클레이코트에서의 패배이자, 슈와르츠만을 상대로 첫 패배(10전 9승 1패)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슈와르츠만의 기세는 프랑스오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4라운드에서 상대를 3-0으로 꺾은 슈와르츠만은 5라운드인 8강전에서 도미니크 팀(27ㆍ오스트리아ㆍ3위)을 만났다. 2018~2019년 프랑스오픈 결승에 오르며 나달을 상대한 '차세대 흙신'인 팀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슈와르츠만은 예상을 뒤집었다. 그는 5시간 8분의 혈투 끝에 3-2(7-6<7-1> 5-7 6-7<6-8> 7-6<7-5> 6-2)로 승리했다. 1세트를 따낸 후 2~3세트에서 주춤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덕에 반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슈와르츠만은 8번의 메이저대회 도전 끝에 처음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나달은 체력을 아꼈다는 점에서 슈와르츠만보다 우위에 있다. 나달은 이번 대회 내내 상대에게 3-0 완승을 거두고 있다. 또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움직임이 많은 슈와르츠만은 팀을 상대로 5시간이 넘는 경기를 마친 직후다.
나달은 이날 8강전 경기 후 "누군가에게 진다는 건, 상대가 그만큼 잘했기 때문"이라면서 "오늘 슈와르츠만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을 상대로 의심에 여지 없이 엄청난 경기를 펼쳤다"고 그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2주 연속 좋은 성적을 얻고 있어 (슈와르츠만이)자신감에 차있을테지만, 나 역시 로마오픈보다 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승리에 의지를 다졌다. 슈와르츠만 역시 웃으면서 "나는 10번 중 9번을 졌다"면서 "내가 자신있다고 확답은 못하겠지만, 난 그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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