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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종전하자'는데...' 돌출' 김현종은 '핵잠수함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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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종전하자'는데...' 돌출' 김현종은 '핵잠수함 추진'

입력
2020.10.0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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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7월 28일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7월 28일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의 숙원사업인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방미 당시 핵 잠수함 개발에 필수적인 핵 연료 공급을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독자적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는 우리나라는 핵 연료 자체 조달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6일 김 차장이 미국에 핵 연료 공급을 요청했는지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국익에 관련한 외교안보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당부 드린다”고만 했다. 김 차장이 지난 7월 방송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며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의욕을 보였던 만큼 실제 이를 요청했을 것이란 게 정부 안팎의 반응이다.


2017년 11월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텍사스함'(SSN 775.7800t급)이 130여명의 승조원들을 싣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부산=이성덕기자

2017년 11월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텍사스함'(SSN 775.7800t급)이 130여명의 승조원들을 싣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부산=이성덕기자


문 대통령 대선 공약... ‘핵 잠수함’이 뭐기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실제 우리 군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2, 3일에 한 번 꼴로 물 밖으로 나와 연료를 공급 받아야 하는 기존의 디젤 잠수함과 달리 핵 잠수함은 무제한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핵 연료를 한 차례 주입하면 최소 10년 동안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잠항 속도도 디젤 잠수함보다 3배 이상 빨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을 장시간 감시, 추적은 물론 유사시에도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다.

군 당국은 3,000톤급 대형 잠수함을 독자 설계한 경험과 우리의 원전 기술을 바탕으로, 핵 잠수함을 건조할 기술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8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며 핵 잠수함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하기도 했다. 앞으로 건조될 3,600~4,000톤급 잠수함에는 기존의 디젤이 아닌 원자력 엔진이 탑재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내지 핵 연료 제공에 대한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군사적 목적의 핵 연료 사용은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은 엔진만 핵 연료로 가동하기 때문에 군사적 활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 차장 역시 “핵추진 잠수함과 원자력 협정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에 협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론적으로는 러시아나 유럽 등으로부터 핵연료를 제공 받으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가능하지만 한미 동맹을 고려해 미국으로부터 핵 연료를 제공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확고한 핵 비확산 입장과 한미 동맹의 현실을 간과한 주장이란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핵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이 원자력 협정과 관련해 '한국이 핵 잠수함 개발이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쉽사리 유권해석을 할 리가 없는 상황에서 핵 연료 제공을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는 얘기다.

2019년 4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조율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4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조율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현종의 갑작스러운 행보, 왜?

특히 미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기를 감안하면 김 차장의 행보가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핵 잠수함 개발’이란 중요한 이슈를 결정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반도 안보 이슈 전체를 놓고 아예 새 판을 짜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김 차장이 트럼프 정부가 당장 들어줄 리도 없고 들어줄 수도 없는 사안을 꺼낸 것"이라며 "대북 관계에서 답보 상태를 거듭하다 보니,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김 차장의 방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화상 기조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 공식화’를 제안하기 직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을 바라며 종전 선언을 띄운 상황에서 김 차장이 북한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엇박자 행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 7월 미국과의 협상으로 고체연료 추진체 개발 제한을 푸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주도했던 김 차장이 또 다른 업적을 내기 위해 찔러보기식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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