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품질에 이상이 없다고 6일 결론 냈다. 그간 중단됐던 국가 무료 예방접종 사업도 12일쯤 재개하기로 했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은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의 효과와 안정성을 검사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적합하며, 25도 조건에서 24시간 노출돼도 품질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온 노출 의심 백신 750명분에 더해 품질 변화가 우려되는 제품 1,350명분을 추가로 수거해 검사한 결과다.
백신 유통 문제로 국가 접종 사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로 보건 당국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질병청은 접종 사업 시작 전날 제보를 받고서야 문제를 인지했고, 사업 중단을 공표하기까지는 무려 10시간이 걸렸다. 일부 병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을 예방접종에 사용했다. 심지어 무료 독감백신과 유료 독감백신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뒤늦게 공문으로 알려, 유료 접종 대상자들이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을 맞는 일도 발생해 사태를 키웠다.
이번 조사로 상온뿐 아니라 영하의 상태로 27만명분이 운송된 사실도 확인돼 전량 수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콜드체인(냉장 유통) 기준 온도는 2~8도다. 아예 운송 온도가 기록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이미 554명이 이 같은 수거, 폐기 대상 백신을 맞았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온 노출 의심 제보가 아니었다면, 이런 문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유통될 뻔했다. 상온 노출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질병청의 설명에도 국민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장 그렇다면 콜드체인 유통 원칙은 왜 있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이번 사고로 국가의 대표적 보건사업의 신뢰에 금이 갔다. 질병청은 감염병의 통제와 관리를 총괄하는 독립기구로서 이번 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그칠 게 아니라 국가 접종 사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구멍을 보완해 재발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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