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없다, 덜 만들고 다시 써야 할 뿐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대안은 없다, 덜 만들고 다시 써야 할 뿐

입력
2020.10.17 09:00
0 0

추석 연휴가 끝난 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자원순환센터에 재활용을 기다리는 폐플라스틱 용기들이 쌓여 있다. 수원=뉴스1


추석 연휴에 이사를 했다. 집이 오래 된 탓에 그 동안 이곳 저곳 문제가 자꾸 생겼는데, 그때그때 고치며 살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실내 전체를 수리하기로 했다. 바쁜 일상을 핑계 삼아 공사를 차일피일 미뤄오다, 해가 바뀌면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걸 생각하니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겠다 마음 먹었다. 공사 기간 약 한 달 동안 임시로 머물기 위해 얻은 집 근처 오피스텔로 살림살이를 일일이 실어 나르는 사이 모처럼 맞은 황금 같은 연휴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물건들을 쌓아두고 못 버리는 성격도 아니고 집 크기가 그리 넓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막상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니 버릴 게 산더미였다. 어디선가 선물 받은 뒤 창고에 보관했다 까맣게 잊은 채 몇 년이 지난 지 모르는 전자제품과 그릇, 몇 번 신지도 않았는데 디자인이 한물가버린 신발 등이 대부분 버려야 할 물건이 돼 있었다. 배달음식 시켜 먹고 귀찮아서 이 서랍 저 서랍 속에 넣어둔 나무젓가락마저 다 모아 보니 개수가 꽤 됐다.

매일의 일상에선 보이지 않던 물품들을 다 끄집어내 쓸 건 골라내고, 버릴 건 따로 분리배출 처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을 잡아 먹었다. 집 공사할 때 되니 기다렸다는 듯 고장 나기 시작하는 가전제품, 각종 소모품들 보관하느라 활용했던 빛 바랜 플라스틱 용기들, 이제는 필요 없어진 옛날 문서, 아이가 어릴 때 쓰던 공책과 CD, 장난감, 유효기한이 한참 지나버린 약들까지 내놓자 우리 집에 폐기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생활폐기물은 종류마다 버리는 방법이 다르다. 소재나 이물질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가 갈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이류는 분리배출하면 화장지나 포장지 등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지만, 이물질이 붙어 있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때문에 스프링이나 플라스틱 표지가 달려 있는 공책은 분리배출 전에 해당 부분을 떼어내야 한다. 전단지는 일반 종이와 다를 게 없어 보여도 표면이 코팅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게 맞다. 나무젓가락은 재질이 나무라 헷갈리기 쉽지만, 재활용품이 아니다. 신발은 헌 옷 수거함에 넣어도 되는데, 수건이나 베개, 방석 등은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야 한다.

유리 그릇은 그대로 분리배출하면 된다. 단 깨진 경우엔 신문지로 싸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고, 유리 뚜껑이나 사기 그릇, 도자기는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유리류와 별도로 내놓아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는 겉면에 붙어 있는 라벨과 포장재 등을 떼어낸 다음 압착해서 분리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CD 역시 플라스틱류로 배출하면 되고, 장난감은 재질에 따라 따로따로 배출하는 게 맞다. 알약 포장재는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일부 알루미늄이 섞여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워 종량제 봉투에 넣는다.

가전제품을 버릴 땐 전용 스티커를 구입해 붙인 다음 인근 수거 장소로 내다 놓으면 된다. 이게 번거롭다면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전자제품 포장이나 운반에 쓰인 스티로폼은 되도록 제품을 구입했던 곳에 반납하는 게 좋지만, 여건이 안 되거나 이물질이 묻었다면 씻어서 분리배출한다.

생활폐기물들은 대다수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로 만들기 때문에 금새 잘 분해될 것 같은 종이마저 땅 속에 들어가면 썩는 데 2~5개월이 걸린다. 특히 흰 종이는 제조할 때 염색과 표백 과정을 거치면서 해로운 유기화합물이나 폐수를 발생시킬 수 있다. 비닐봉지보다야 낫지만 종이 쇼핑백 역시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얘기다. 우유팩은 5년, 나무젓가락은 20년 지나야 땅 속에서 분해된다.

플라스틱은 말할 것도 없다. 땅에서 썩기까지 500년 넘게 걸린다.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진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환경에 안 좋긴 매한가지다. 현재 기술로 만들어진 생분해 플라스틱은 대부분 특정 온도와 습도 등이 갖춰져야 제대로 분해된다. 딱 맞는 환경을 자연에서 찾지 못하면 결국 일반 플라스틱처럼 오랫동안 썩지 못한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집 수리를 계기로 그 동안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아무렇지 않게 써왔는지 반성하게 됐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지구가 지금만큼의 모습이라도 유지하려면 종이 쇼핑백도 생분해 플라스틱도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생활폐기물이 될 물품을 덜 만들고 다시 쓰는 게 최선이다. 얼마 전 한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스티로폼 산더미 사진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임소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임소형의 과학 아는 엄마기자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