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논란에 실종 공무원 피격사망 사건이 겹친 것도 모자라 강경화 외무부 장관 배우자의 미국행 논란까지 더해진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난 듯 했다. 반면, 논란이 된 추ㆍ강 두 장관은 웃는 표정으로 서울정부청사 국무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자신들에게 집중된 취재진의 카메라를 의식해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심각한 표정과 대조되면서 '이 판국에'라는 비판도 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실에 입장하면서 대기하고 있던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인사에 무표정한 목례로 답한 뒤 회의를 시작했다. 모두발언을 하거나 의사봉을 두드리면서도 대통령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청와대 관저에서 보냈다.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과 실종 공무원 피격사망 사건으로 꼬인 정국을 풀 해법을 구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기도 전인 3일 강 장관의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추석 연휴 이후 정국은 더욱 더 꼬여가고 있다.
그와 비슷한 시각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는 회의 시작 전부터 많은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두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만큼 이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개회가 임박하자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그런데 국무위원들 틈에 섞여 입장하던 추ㆍ강 두 장관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강 장관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지만 정치인 출신인 추 장관은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회의장에 입장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문 대통령과 수석·보좌관들은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총리와 국무위원들은 각각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화상을 통해 참석했다. 직접 대면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이날 문 대통령은 두 장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내로남불’ 논란을 일으킨 강ㆍ추 두 장관의 여유로운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대통령 만큼 답답하기만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