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꾸준히 유행하는 ‘짤방’이 있습니다. ‘공감은 지능 순’이라는 짤인데요. 한 철학자의 유튜브를 캡처한 것으로, 공감 능력과 지능의 상관관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사회에서 “나 양심 없는 사람이야”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만, 그들에게 양심은 지능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면 다들 급 조용해진다는 말로 운을 떼는데요. 머리 나쁘다는 말은 듣기 싫어하면서도 양심이나 배려는 없어도 그만이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지적합니다.
왜 지능 낮은 건 부끄러워하면서 양심 부족에는 당당할까요? 이것은 ‘우월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상기한 영상 속 진행자는 남들보다 뛰어나니까 양심을 어긴다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내가 일반인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도 생각해내는 것이다’라며, 위반 행위를 반짝이는 재치나 사회적 권위에 따른 부가 혜택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공감과 양심, 배려는 분명히 지능과 관계가 있습니다. 1909년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Edward B. Titchener)는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상대의 가치관 형성 과정과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선량한 마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능력이 필요한 영역인 것이지요. 이른바 복합적인 지능의 영역인 겁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입장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이성적 지능에 더불어, 그 상황에서 느낄 감정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민감성이 골고루 발달해야 하니까요. 두 가지는 비등하게 중요합니다. 하나라도 결핍되면 소위 ‘티’가 나지요. 전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어설프게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면서 혐오성 발언이나 실언을 하는 '꼴불견'이 속출하고, 후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나'밖에 모르는 태도를 당당히 드러내는 '내로남불'이 됩니다.
갑자기 왜 공감과 지능 이야기를 하냐고요? 글쎄요. 요즘 위의 내용이 떠오르는 뉴스거리가 많아져서는 아닐까요?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겠다며 만든 포스터에 버젓이 국군 혐오, 자살 조롱의 발언을 박아넣은 모 정당의 청년위원회 간부들이 바로 '꼴불견'일 테고요. "코로나가 하루이틀에 끝날 것도 아닌데,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홀연히 요트를 구입하러 떠나신 한 공직자 남편이 바로 '내로남불'의 현신이 아닐까요. 전혀 다른 이슈인 듯한 두 사건. 하지만 제 눈에는 똑같은 원리로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써 놓은 포스터의 문구, 공항에서 내가 뱉은 말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그리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지능 부족'의 알고리즘에서 말이지요.
모 정당의 그 청년들은 '나 직장 짤리게 생겼다'며 자신들을 막아주지 않은 소속 정당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하고요, 끝내 그분은 바라던 요트 구입을 위해 출국장을 나섰습니다. 내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요. 수많은 비판에도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그들, 지능은 단시간에 쑥쑥 자라나는 게 아니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그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조금은 달라질까요? 양심 불량이란 말엔 꿈쩍 안 해도, 지능이 낮아서라는 말에는 모두들 부끄러워한다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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