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저촉으로 교원 등록 첫 취소
'교육 검열' 현실화에 교사노조 강력 반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학생 이탈세 심각
수업 시간에 홍콩 독립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가르치던 교사가 해직됐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교육 검열'로 홍콩 교육계는 물론 학술적 지위마저 흔들린다는 우려가 크다.
홍콩 교육부는 최근 홍콩 독립 관련 수업을 진행한 구룡지역 초등학교 교사의 교원 등록을 취소하고 해당 학교의 교장ㆍ교감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 징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전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이 특히 문제삼은 건 수업시간에 앤디 찬 홍콩민족당 의장이 거론된 대목이다. 그는 반중ㆍ범민주파에서도 가장 강경한 인사로 꼽힌다. 해당 교사는 찬 의장의 TV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주며 '언론의 자유는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홍콩은 어떻게 될까' 등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교사가 수업내용을 사전 준비한 만큼 홍콩 독립 메시지 전파를 실수로 보기 어렵다"면서 "해당 교사의 수업은 왜곡되고 편향됐으며 학생들에게 지대한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콩 교사노조는 "범죄 행위로 인한 형사처벌 외의 사유로 교사 등록이 취소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교육부의 주장이야말로 교사의 전문 업무를 방해하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교육 검열 우려가 현실화했음을 보여준다. 홍콩 교육부는 지난 6월 말 홍콩보안법 제정 직후 일선 학교에 '불온서적' 정리를 요구했고, 정치적 입장이 드러날 수 있는 교내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고교 인문학 교과서에서 '삼권분립' 개념이 삭제됐고 '시민 불복종'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가 강조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교사들이 신고된 247건의 사례를 검토해 교사 21명을 주의 조치하고 12명에게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의 이상의 조치를 받은 교사들은 향후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교사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홍콩 내 학생 이탈은 심각해지고 있다. 홍콩 교육노동자연합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231개 공립 유치원 및 초중고 가운데 올 들어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가 97%에 달했다. 21~50명이 줄어든 학교는 20곳이었고, 그보다 많은 수가 빠져나간 학교도 11곳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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