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던 은행들의 개인신용대출이 지난달 한 풀 꺾였다. 은행 스스로 대출 관리에 나선데다, 추석 상여금이 자금 수요를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엄포 속에 이달에도 증가세가 잦아들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지난달말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6조3,868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1,121억원(1.7%) 늘었다. 이는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은 6월 2조8,374억원, 7월 2조6,810억원, 8월 4조705억원씩 급증했다. 특히 8월보다는 증가세가 절반 수준이다.
이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대출 속도 조절 영향이 크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주식 ‘빚투(대출자금으로 투자)’ 유행 속에 신용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은행에게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이미 금리 조정과 한도 축소에 나선 상태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대출 우대금리 폭을 0.20%포인트 줄였고, 우리은행도 24일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의 최고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췄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지난달 신용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올렸다.
추석도 한몫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직장에서 추석 상여금이 입금된 것도 신용대출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24일까지 2조6,116만원 늘었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3영업일동안 5,000억원 감소했다.
업계는 이달에도 증가폭이 더 움츠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부터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금리를 0.1~0.15%포인트 인상했고, 전문직과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도 최대 2억원(기존 전문직 4억원, 직장인 3억원)으로 줄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대출 조이기를 고심하고 있다.
뜨거웠던 공모주 투자 열기도 이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을 마지막으로 숨을 죽일 분위기인데다, 신용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6개월물 금리가 최근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일 기준 은행채 6월물(AAA등급) 수익률은 지난달 29일 기준 0.823%로 한달 전(0.733%) 대비 0.09%포인트 오른 상태다.
다만 신용대출 증가세(1.7%)가 여전히 전체 대출 증가율(0.74%)보다 2배 가량 높은 만큼 ‘완전한 속도조절’이 이뤄질 때까지 금융당국의 규제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심사해 대출하고 있는지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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