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난 아동ㆍ청소년이 겪는 문제에 공감해주며 신뢰를 쌓은 뒤 사진ㆍ영상물을 착취한 디지털 성범죄자 3명이 서울시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시는 아동ㆍ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경찰과 협력해 가해자 3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10~20대 초반의 남학생들로, 게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친밀감을 형성한 뒤 사진ㆍ영상물을 요구해 협박하는 수법을 보였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초등학생 A양(11)에게 가해자는 “너 게임 되게 잘한다”며 접근했다. 맞벌이 부모를 두고 있어 대화 상대가 없었던 A양에게 그는 3개월간 “인터넷 강의 듣기 힘들겠다” “학원 숙제 하기 싫지?” 등의 카카오톡 대화를 이어가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가해자는 얼굴 사진부터 시작해 치마 입은 사진 등 점점 수위 높은 사진을 요구했고, A양이 두려움에 거부하자 “보낸 사진 SNS 친구들에게 다 뿌려줄까”라며 협박을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로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난 B양(13) 역시 인터넷 오픈채팅을 통해 두 남성을 만났다. 이들은 상대가 서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재미있는 놀이라면서 ‘노예 놀이’를 제안했고, 점점 수위가 높은 사진을 받아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악질적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모든 권한을 활용해 예방에서부터 법률 지원서비스까지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C양(19)의 경우는 SNS에 배우가 꿈이란 글과 사진을 올렸던 게 화근이 됐다. 가해자는 명함과 계약서를 내밀며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고 지속 제안했고, C양의 의심이 풀어지자 신체를 노출한 프로필용 사진을 요구했다. 이후 가해자는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C양을 성폭행하고 돈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가 불러온 일상의 위축ㆍ단절, 늘어난 인터넷ㆍ디지털 활동은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범죄에 기름을 부었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상담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신종 코로나 확산 초기인 지난 3월 중순까지 아동ㆍ청소년 피해자는 10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13.5%였다. 그러나 이후부터 8월까진 21명(24.1%)으로 늘었다.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역시 같은 기간 74건에서 30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유인해 사례금을 주며 성 착취물을 요구하는 N번방 방식에서 온라인 그루밍으로 디지털 성범죄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루밍(Grooming)은 ‘길들이다’란 뜻의 영단어로, 온라인 그루밍은 디지털 공간에서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뒤 이를 악용해 성적 피해를 입히는 범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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