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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니요?" 정부에 잔뜩 뿔난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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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니요?" 정부에 잔뜩 뿔난 중소기업들

입력
2020.10.0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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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과 유보소득에 세금 부과 추진?
중기, 경영 의지 약화ㆍ세금폭탄 우려 반발

정부가 중소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맨 오른쪽) 경제부총리가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중소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맨 오른쪽) 경제부총리가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소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벼랑 끝으로 내몰다니요. 이 법이 도입되면 중소기업들 모두 들고 일어날 겁니다."

주방용품 제조사 대표인 A(59)씨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세법 개정 내용에 대해 날선 비판부터 쏟아냈다. 중소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이 확정될 경우, 돌아올 여파 때문이다. 그는 "미래를 위해 적립해 놓은 중소기업의 비상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주변 중소기업 대표들 사이에서 '광화문 광장 가서 단체 집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계가 정부의 초과 유보소득세 부과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초과 유보소득세란 기업의 최대주주와 가족 지분율이 80% 이상인 개인유사법인(개인 회사처럼 운영되는 소기업)에서 일정 기준을 넘어선 유보소득 소유시, 이를 배당으로 간주하고 미리 부과시키겠다는 세금이다. 세금회피 목적의 법인에 과세를 하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정상적인 중소기업까지 '세금폭탄'에 노출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에 초과 유보소득세 부과 내용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지난 8월말 국회에 제출했다. 초과 유보소득 기준은 당기순이익의 50%나 전체 자본의 10% 중 큰 금액이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70%, 대표이사 아내가 20%, 기타 일반주주가 10%씩 지분을 가진 회사(자기자본금 200억원)가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뒤 20억원을 배당하고 80억원이 남으면 순이익의 절반인 50억원을 초과한 30억원을 주주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회사 대표와 그의 아내는 배당 소득세로만 12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초과 유보소득 배당간주 과세 예시

초과 유보소득 배당간주 과세 예시


법인세율(10~25%)이 소득세율(6~42%)보다 낮은 것을 악용해 가족기업으로 포장, 악의적인 세 부담 회피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적이다. 과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사한 방식으로 세액을 절감하고 회사 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리스해 사용한 일이 드러났는데 이런 꼼수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선 그 동안 누적된 사내유보금엔 적용하지 않고 2021년 사업연도 이후 발생하는 유보소득부터 이 세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크다. 초과 유보소득세가 기업 경영 의지 약화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의 문제점 검토' 보고서를 통해 "기업은 미래 위험을 대비해 사내유보금을 적립하고 이 자본이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사내유보금이 많이 적립됐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는 건 투자, 연구개발 등을 통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중소기업 상당수가 개인유사법인인데,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란 비판도 있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상장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이 49.3%로 절반에 달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유보금 덕분에 버티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을 매기는 건 우리보고 사업 다 접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아니냐"고 토로한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신생기업에 투자를 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대부분 중소기업이 가족이 주주인 개인유사법인으로 출발한다"며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가족기업은 '잠재적 탈세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과세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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