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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피격 사건 문책 없이 되레 고속 승진으로 軍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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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피격 사건 문책 없이 되레 고속 승진으로 軍 독려

입력
2020.10.06 16:08
수정
2020.10.06 17: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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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6일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6일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주요 인사들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군 수뇌부가 서해 실종 공무원 사살 지시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책임자 문책 없이 되레 승진을 통해 군부를 독려한 것이다. 이는 3중고(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수해) 돌파를 위해 내부 결속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북한이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 규명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리병철ㆍ박정천ㆍ림광일 초고속 승진

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위원회 7기19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인민군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원수는 북한군 내 최고 계급으로, 김일성 주석과 함께 활동한 '빨치산 1세대'에 주로 부여했던 칭호다. 북한군 장성은 원수, 차수, 대장, 상장, 중장, 소장 등 6단계로 구분돼 있으며 현재 북한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총정치국장의 계급이 대장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 인사다. 특히 리 부위원장은 차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수 칭호를 받은 첫 사례다. 리 부위원장은 그 동안 전략 무기 개발을 주도해왔고 박 총참모장은 포병 중심 전력 개편을 이끈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내 대남ㆍ해외 공작 컨트롤타워인 정찰총국을 총괄하는 림광일 정찰총국장도 상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문책 인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매체들이 이날 공개한 군 인사는 계급 승진만 거론됐고 문책성 인사를 시사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우리 정부 일각에서 이번 공무원 피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박정천 총참모장과 림광일 정찰총국장은 오히려 원수와 대장으로 각각 승진하는 혜택을 누렸다.

앞서 우리 군 당국은 다양한 첩보를 통해 실종 공무원에 대한 총격 지시가 북한 해군 최고 책임자인 김명식 해군사령관급 이상에서 나왔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군 지휘체계상 박 총참모장과 림 정찰총국장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그러나 지난달 25일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현장 경비정 정장의 판단에 따른 총격이라는 입장을 밝혀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박 총참모장과 림 정찰총국장을 승진시킴으로써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피격 사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미안하다'고 밝혔지만 방역 목적의 우발적 사건으로 여기는 셈이다"며 "북한군 지휘자들이 사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승진까지 시킨 것은 해군 경비정 정장의 책임으로 사건의 꼬리를 자르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5일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5일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벼랑 끝 김정은… 군에 기대 3중고 돌파

김 위원장이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닷새 앞두고 북한 미사일 개발 주역인 리 부위원장을 원수로 진급시킨 것은 전략 무기 개발 의지를 재차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이번 인사에서 김정은 정권 내부의 절박함이 드러났다는 시각도 나온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로 상징되는 군 중심의 국가를 운영했던 것과 달리 그 동안 김 위원장은 당 중심의 국가 체제를 복원하기 위해 '군부 세력 힘 빼기'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3중고 위기가 깊어지자 다시 군을 국가 운영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최근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해 군을 대대적으로 동원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군 인사를 통해 성과를 독려하는 차원도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연말까지 전국가적으로 80일 전투를 전개하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올해 계획한 경제 발전 계획이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인적ㆍ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연말까지 버텨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 당국은 이미 각 기관에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대외 전략을 확정지을 내년 8차 당대회를 열 때까지 외부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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