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의원실 분석
기관마다 같은 업무에도 전환 결과 제각각?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또 다른 갈등 조장"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인천국제공항 간담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결정 인원은 목표의 96.0%. 실제 전환 완료된 인원은 목표 대비 90.4%."(2020년 8월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인국공 사태' 등의 반발에 부딪치면서도 정규직화를 우직하게 밀어붙였고, 올 들어서는 "3년 만에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했다"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와 달리,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대부분은 여전히 그들이 꿈꿨던 '정규직'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중 같은 조직 내 같은 직군의 '진짜 정규직'이 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40% 이상은 공공기관이 다시 고용한 '무기계약직'이 됐고, 또 다른 40% 이상은 아예 자회사로 직장을 옮겨 정규직이 됐다.
기관마다 정규직 전환에 일관성도 없어, 똑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어떤 기관에서는 정규직, 어떤 기관에서는 무기계약직으로 비정규직들의 처지가 갈렸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진짜 정규직은 14%뿐"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261개 공공기관에서 받은 작년말 기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인원 현황’에 따르면, 이들 기관에 근무하면서 비정규직 지위를 벗어난 6만6,362명 중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 정규직 전환자는 9,197명(13.9%)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86%는 비정규직 딱지는 뗐지만 완전한 정규직이 되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43.7%(2만9,024명)의 정규직 전환자는 해당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되며 비정규직 딱지를 벗어났다. 또 다른 42.3%(2만8,058명)는 원래 일하던 공공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의 자회사 소속으로 다시 채용되며 정규직으로 재분류됐다. 83명은 사회적 기업 등 ‘제3의 방식’으로 분류됐다.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정년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를 통한 고용 방식도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례는 될 수 있다. 고용부도 무기계약직을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통상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계약직의 중간에 있다는 의미의 '중규직'으로 불린다. 고용 안정성은 보장하지만 임금, 복지, 승진 등에서 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옮긴 뒤, 처우가 나빠졌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유경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1호 정책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는 급조된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업무, 다른 처지"도 많아
공공기관마다 정규직 전환의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로 확인됐다. 비슷한 기관에서 거의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기관에 따라 누구는 정규직, 누구는 무기계약직으로 운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기관의 재정상태, 기관장 의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일례로 부산대병원은 전환 대상 비정규직 1,074명 전부를 기존 일반직과 동일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반면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던 비정규직은 1,294명 전원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두 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사람 중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동일한 업무를 하는 의료 관련 종사자가 있었는데 병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의 처지는 바뀌었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기존 기간제, 파견ㆍ용역 노동자를 업무에 따라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분류했다. 기간제로 입사했어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행정ㆍ심사ㆍ전산ㆍ연구 관련 업무를 하던 141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운전ㆍ미화ㆍ경비ㆍ사무보조 등 지원업무나 빅데이터분석, 심사 사후관리 등 전문 직무에 있던 249명은 무기계약직이 됐다.
유경준 의원은 "급조된 정책의 후유증은 청년층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정규직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며 "현 정부의 대부분 고용ㆍ노동 정책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어서 계층간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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