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장례위원장 여성 80명... 여성장으로 치러
정부,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
“오늘 여성의 이름으로 여성장으로 당신을 보냅니다. 이효재가 아니라 이이효재로 당신을 보냅니다. 선생님, 당신과 함께해서 자랑스러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이미경 전 의원)
5일 저녁, 여성학ㆍ사회학자이자 1세대 여성운동가였던 고 이이효재 선생의 추모식이 열린 경남 창원시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학교와 현장에서 인연을 맺어 온 각계 인사들이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장례는 여성 80명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아 '여성장'으로 치러졌다.
고인이 평생을 다양한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만큼 각계 인사들은 고인의 삶을 여러 각도로 반추했다. 지은희 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장관은 “(저는) 이이효재 선생님의 양성평등운동, 호주제 폐지 운동, 남북평화운동, 여성운동의 조직화를 따라가면서 해 왔다. 언제나 선생님은 저 앞에서 우리를 이끌며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셨다”며 “전 재산을 여성운동에 내어주시고 고향으로 돌아오셔서는 쉬지 않고 풀뿌리 여성운동, 어린이 운동에 헌신하셨다”고 기렸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여성민우회 창립을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 선생님의 관심사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깊고 다양했다”며 “대한민국 분단의 역사에 대해 가슴 아파하시면서 분단을 극복하지 않고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씀을 끊임없이 해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큰 어르신과 동시대를 함께하는 것을 진심으로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명복을 빌었다.
이이효재 선생의 제자였던 이미경 전 의원은 “선생님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셨고 그 꿈을 제자들과 나누셨다. 이 땅의 많은 여성들이 연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게 하셨다"고 기렸다.
이날 추모식의 사회를 맡은 김금옥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이이효재 선생님은 여성정치인들의 의정활동을 응원하셨는데 때로는 무섭게 꾸짖기도 하셨다. 2012년 대선 결과에 여기 계신 분들도 많이 혼났을 것”이라며 “그때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셔서 저희들이 진땀을 흘리며 우리들의 운동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생님이 꿈꾸시던 것 중 아직 이루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성들의 힘으로 평화통일을 이뤄내자는 것, 또 하나는 우리 가족들이 더욱 포용적인 가족으로 바뀌는 것 두 가지”라며 “선생님의 꿈을 함께 이뤄나가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생님께서는 2012년 (제가) 국회 들어가서 생활동반자법을 고민할 때 정말 기뻐해주시고 격려해주셨다”며 “선생님의 모습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한 한명숙 전 총리는 메시지를 보내 “이이효재 선생님은 세상의 끝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으시고 좋은 방향으로 진보하신 분, 약자의 편에 서서 이론을 제공하고 인권과 남북평화를 위해 몸소 실천하신 분"이라며 "후배들이 진심으로 닮고 싶은 선생님으로 기억한다”고 기렸다.
정부는 이날 고 이이효재 선생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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