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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선발대에 지각생 재응시도…"의사국시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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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선발대에 지각생 재응시도…"의사국시 총체적 부실"

입력
2020.10.06 0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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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의원 "응시 날짜 학생이 정하는 것은 특혜"
의료계 "시험 문제 공개, 제비뽑기 하는 곳 많아"
"공정성 크게 미칠 정도 아니다" 반론 적지 않아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연합뉴스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연합뉴스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허용 여부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시 날짜를 의대생들이 정하거나, 먼저 시험을 친 학생이 나중에 응시하는 학생에 문제를 알려줄 수 있는 등 국시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에는 택시를 잘못 탔다가 국시 시험에 늦게 도착한 의대생이 재응시 기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성적 좋은 학생 시험 먼저 보고 알려줄 수도"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두 달 동안 치러지는 국시 실기시험은 응시자가 자신의 시험 날짜를 정할 수 있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각 대학으로부터 학사일정 등으로 인해 시험을 치를 수 없는 날 2일을 받은 후 해당 날짜를 제외한 날짜의 응시 인원 수를 대학에 알려준다. 그 후 대학은 학생들의 일정이나 의사 등을 반영해 각 학생의 응시 날짜를 확정한다.

강병원 의원은 “어떤 시험도 응시자들이 시험 볼 날짜를 정하게 해주지 않는데 의사 국시가 이렇게 치러지는 것은 의대생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또 “성적 우수자가 먼저 시험을 치르는 ‘선발대’가 돼 시험을 치르고 난 뒤 문제를 복원해 후발대에 알려줄 수 있다”며 “시험을 일괄 접수한 후 무작위로 날짜를 배정하는 등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기와 필기시험으로 구성된 의사 국시는 매년 의대 본과 4학년생 3,000여명이 응시한다. 필기시험은 하루에 시행되지만, 응시자 한 명이 3시간 정도 12개 시험실을 돌며 치르는 실기시험은 하루 최대 108명 정도만 치를 수 있어 두 달 가까이 진행된다. 이 때 먼저 시험을 친 학생들이 나중에 보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선발대’가 시험 정보를 공유해준다는 폭로성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병원 의원실은 이와 함께 국시원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2018년 시행된 제83회 국시 당시 지각 응시자가 추가 시험을 치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응시자는 '택시가 정상적 경로로 운행하지 않아 늦었다'는 소명자료를 내 재응시 기회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실은 "소명자료를 내면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규정이 이후 만들어졌지만 해당 응시자에 소급적용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홈페이지 공개 86개 문항 중 12개 출제... "채점 기준 비공개"

다만 의료계 내부에선 국시 부실운영 지적에 대해 "공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다"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시험 문제가 어차피 미리 공개되고, 채점기준은 먼저 응시한 수험생도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시 실기시험은 환자 역할을 하는 ‘모의 환자’(표준화 환자)를 상대로 진료 상황을 재연하는 ‘진료 문항’ 6개와 의료 장비와 모형을 다루는 ‘수기 문항’ 6개로 구성된다. 12개 문항은 국시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86개의 문항 중에서 출제된다. 학생들이 미리 연습할 수 있도록 미리 문제를 공개하는 일종의 문제은행식 방식인 것이다. 국시원은 매일 같은 문항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항의 조합을 바꾼다.

이때 모의 환자와 의대 교수가 학생들을 평가하는데, 채점 기준은 비공개다. 시험 과정 중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 점수가 부여되고 가산점이 매겨지는지 등은 먼저 시험을 본 응시생도 알 수 없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예컨대 복통을 호소하는 모의 환자가 왔을 때 무엇을 물어보고 어떻게 진찰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학생들이 알 수 없다”라며 “소위 ‘선발대’가 시험을 보고 알려준다해도 시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적지 않은 학교들은 학생들의 응시 날짜를 무작위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 한 교수는 “시험을 늦게 보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 두달 가까이 벌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최대한 나중에 시험을 보려한다”며 “다들 늦게 보려하니까 결국 주요 대학들은 학생들이 제비뽑기로 응시 날짜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시원은 먼저 시험을 보는 응시생과 나중에 보는 응시생의 합격률에도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윤성 국시원장은 “12년간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시행하면서 여러 조사를 해봤는데 시험 보는 시기와 실제 성적은 무관한 것으로 나왔다”며 “의사 국시는 합격자 수가 정해져있는 경쟁 시험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면 합격하는 자격시험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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