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주씨 별세… 향년 94세
독립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의사로 활약한,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 한원주씨가 작고했다.
5일 경기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에 따르면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생의 끝자락에서도 환자 돌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7일까지도 청진기를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노환이 악화해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같은 달 23일 매그너스요양병원으로 돌아와 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지내다가 영면에 들었다. 인생 마지막을 헌신한 병원에서 눈을 감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한 과장의 별세 소식에 병원 직원들은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며 슬퍼했다. 노인 환자들도 “안타깝다”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병원 직원들은 고인을 예우 차원에서 ‘원장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다른 동료는 "늘 환자와 눈을 맞추려 했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오로지 환자 치료에만 정성을 쏟은 의사였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은 의사로서 소명의식이 남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전인 올 초까지 10년 넘게 무료 건강강좌를 진행했고, 지난해 가을엔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는 제목의 에세이집도 재출간했다. 2007년 노인 요양병원 의사로 도전해 최근까지 13년간 매일 10명 이상의 노인 환자들 돌봤다.
매그너스요양병원 관계자는 “고인은 평소에도 병원에서 숙식하며 환자를 돌볼 정도로 환자에 대한 정성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헌신적인 의사에 더해 ‘국내 최고령 현역 여의사' 이력까지 붙으면서 고인은 각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고인은 눈을 감기 직전, 생전 아꼈던 가족과 병원 직원들에게 세 마디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당시 고인의 의식은 명료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아버지(한규상)와 독립운동가 어머니(박덕실)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 30여년간 내과 전문의로 병원을 운영했다. 4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부터는 병원을 정리하고 다양한 방식의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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