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5일간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일상에 복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는 여전히 사회 구석구석을 짓누르고 있다.
5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탓에 겨울용 패딩 등 두터운 겉옷을 꺼내 입고 종종걸음을 해야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는 물론, 경기 위축과 취업난 등 추석 연휴 이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현실 앞에서 이들의 표정엔 활기 보다는 불안감과 피곤함이 역력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연휴 직후 집계된 신규 확진자 수가 5일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서울 관악구 보건소 등 전국의 선별진료소도 이날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연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이동 인구가 작년 대비 19.3%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도를 비롯해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몰린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군부대와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에서 연휴 기간 소규모 집단감염이 잇따른 탓에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된 11일까지는 고향이나 여행지 방문객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이번 연휴는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일감이 줄어든 데다, 연휴 마저 겹쳐 일자리를 못 구한 노동자들은 이날 새벽 인력시장으로 대거 몰렸다. 전국 최대 규모로 알려진 서울 구로구 인력시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찾아오는 구직자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 초만 해도 하루 평균 500~800명 정도였던 것이 최근 들어 2배 가량 늘어난 1,000~1,500명에 달할 지경이다. 구직자들의 국적도 달라졌다. 중국 국적자들이 다수를 차지 했던 예년에 비해 지금은 내국인 구직자가 크게 늘고, 20~30대 청년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날 구로구 인력시장은 새벽 2시경부터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구직자들로 붐볐다. 갑자기 쌀쌀해진 새벽 바람을 맞으며 이들은 치열한 일자리 경쟁을 벌였다. 오랜 기다림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동이 틀 때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전국 초등학교 앞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 탓에 자녀의 등굣길를 따라 나선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연휴 기간 귀성객과 여행객 등 약 2,700만명이 이동했다는 발표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예년 같으면 활기찬 장면 일색이었을 연휴 직후 일상 복귀 풍경들이 올해는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어둡고 불안한 모습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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