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상습체납자 812명 동시 세무조사 착수
은닉재산 추적에 소득ㆍ지출 빅데이터 분석 적극 활용
#. 2017년 고액 체납으로 국세청의 ‘명단공개’ 대상이 된 A씨. 국세청은 최근 A씨가 주소지 아닌 곳에 살면서 다른사람 명의 고급 외제차를 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3개월간 잠복ㆍ미행을 통해 A씨가 경기 소재 고급 단독주택에 사는 사실을 밝혀내고 현장 수색에 나섰다. A씨의 집에는 미화 1만달러 상당 외화와 명품시계 5점, 그림 5점 등 약 1억원어치 재산이 있었다. 국세청은 이를 모두 압류한 뒤 공매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이 재산이 있으면서도 거액 세금을 장기간 납부하지 않는 ‘악의적 고액 체납자’ 812명에 대한 동시 추적조사에 착수한다. 특히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을 선정하면서 이들의 소득ㆍ지출 내역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했다.
허위 사업장, 빅데이터로 찾았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 812명은 △체납자 재산 편법 이전 597명 △타인명의 위장사업 128명 △타인명의 외환거래 87명 등이다. 체납자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 놓고 자신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집에 살거나, 사업장을 폐업한 뒤 같은 장소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장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체납자와 관련한 약 4억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체납자가 숨겨둔 재산을 추적하고, 이들의 실거주지를 파악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부동산 등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돌려 놓았는지 살펴보고, 소득ㆍ지출내역을 분석해 체납자의 생활 실태를 살핀 뒤 실제 거주지를 특정했다.
예를 들어 의류임가공업을 하는 B씨는 고액 체납 이후 폐업을 하고 같은 장소에서 처남 명의로 다시 사업자 등록을 했다. 국세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사업자와 새 사업자의 주 거래처가 동일하고, B씨 처남의 생활 반경이 사업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 등을 알아냈다. 이에 실제로는 B씨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국세청이 대규모 체납자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지난해 말 기준 명단공개 대상 고액ㆍ상습체납자 5만6,085명의 체납 세액이 약 5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올해 1~8월 거주지 수색 등을 통해 1조5,055억원의 현금ㆍ채권을 확보했다. 이 중 체납자 28명의 거주지는 빅데이터 분석 방식으로 추정했는데, 이 중 24명이 국세청이 추정한 장소에 살고 있었다.
서랍속ㆍ명품백에 숨겨진 수표ㆍ돈다발
국세청은 앞선 조사에서도 체납자가 숨겨둔 재산을 적발했다.
부동산을 팔면서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C씨는 재산을 숨기기 위해 1,000만원짜리 수표로 대금을 받았다. 국세청은 부동산 양수인에게 이 사실을 확인한 뒤 C씨 자택 수색을 벌여 서랍장에서 흰 봉투에 숨겨진 1,000만원 수표 32장을 발견해 징수했다.
역시 부동산 양도세를 체납한 D씨는 고향 집으로 주소지를 옮긴 채 실제로는 배우자가 사는 서울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국세청의 금융조회 결과, D씨가 부동산 양도대금 중 4억원을 41회에 걸쳐 배우자에게 이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거주지를 수색해 드레스룸 속 명품백에서 현금다발 1억원을 발견했다.
변호사 E씨는 자신의 사무실 수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체납을 했다. 그는 주소지 대신 분당의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었다. 국세청은 거주지ㆍ사업장을 동시 수색해 사무실 서재 책꽂이 뒤에 숨겨둔 3,600만원과 집안 금고에 보관된 순금 등 약 2억원 상당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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