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월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통계 작성 이후 계속 전월 대비 감소세에 머물던 월세 가격이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고, 늘 공급초과 상태였던 월세 시장에서 급기야 수요가 공급을 처음 추월했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은 전월 대비 0.20% 상승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도권은 전세매물 부족 영향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했다"며 "지방은 전셋값과 동반해 월세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월셋값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지구가 속한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 월세는 지난달 1.76% 급등했다. 이는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기 전체 아파트 월세도 0.33% 올랐다. 감정원 관계자는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서울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는 전월 대비 0.14% 상승했다. 강동구가 0.37%로 가장 높게 올랐으며, 마포구가 0.29%로 그 뒤를 이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학군 및 생활편의 시설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크게 전세와 구분 짓는 월세는 보증금 규모에 따라 다시 △준전세 △준월세 △월세로 세분화된다.
지난달에는 특히 준전세 아파트의 임대료가 전월 대비 0.51%로 크게 올랐다. 준전세는 월세 보증금이 전세 보증금의 60%를 초과하는 월셋집을 뜻한다. 최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일부 월세를 받는 준전세로 속속 바뀌는 추세다.
보증금이 낮은 월셋집 또한 세입자 부담이 커졌다. 보증금이 1년치 월세 미만인 전국 임대차주택 월세가격은 전월 대비 0.01% 상승했다.
특히 이 유형의 임대료가 오른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울산은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오르면서 같은 기간 0.21%나 상승했다.
전반적인 월세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월세수급동향지수는 101.2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겼다. 수급동향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역대로 계속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지만, 최근 이 관계가 처음 역전될만큼 월세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셋값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81% 오르며 8월 상승률보다 0.1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상승률은 같은 기간 0.05%포인트 떨어진 0.60%를 기록했다.
집값은 상승 폭이 축소됐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57%로, 8월 상승률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서울은 같은 기간 0.26%포인트나 빠진 0.29%를 기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7ㆍ10 부동산 대책 및 8ㆍ4 공급 대책의 영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 등으로 시장에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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