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지연으로 비학대 종결되기도
김성주 의원실, 학대의심사례 분석
장애인 학대 사건은 신고 접수 뒤 72시간 내 현장조사가 이뤄져야하지만 절반 이상의 경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가 지연되면서 증거가 사라져 학대 사건이 '비학대'로 분류되는 경우도 연간 수백건에 달한다.
5일 보건복지부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학대의심사례 1,923건 중 1,721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 중 48.9%에 해당하는 842건만 3일 내 조사가 시작됐다. 3~10일이 465건으로 27%에 달했고, 10~30일은 26건으로 15.4%로 집계됐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현장조사에 착수한 경우도 149건(8.7%)으로 적지 않다.
비단 지난해만의 일은 아니다. 2018년에도 기관에 접수된 학대의심사례 1,835건 중 1,279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 중 3일 이내 조사가 진행된 건은 745건(50.4%)에 불과했다. 당시도 신고 후 3~10일내 조사가 이뤄진 건은 312건(21.1%), 10~30일 후는 273건(18.5%), 30일 초과는 149건(10.1%)으로 나타났다.
최대 9개월까지 현장조사가 지연된 경우도 있었는데, 지난해 1월 정신장애를 가진 20대 남성 A씨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해당 지역 권익옹호기관은 A씨 부모가 "별 일 아니다"는 식으로 반응하자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후 가해자가 A씨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 했던 사실이 소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사가 재개됐고, 최초 사건 접수 9개월 만에 현장조사가 실시됐다.
늦게라도 조사가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조사가 지연된 사건 대부분은 학대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해져 비학대 종결로 마무리된다. 실제 2018년 110건, 2019년 74건이 비학대 종결로 끝났다. 다만 이 통계에는 피해자 본인과 연락이 두절되는 등의 사유로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사례도 포함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관련 법에 따라 장애인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장애인에 대한 지원 및 사후관리를 담당하기 위해 2017년 개관한 기관이다. 중앙 및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됐으며 학대 받은 장애인을 신속히 발견ㆍ보호ㆍ치료하고 장애인학대를 예방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증거인멸, 학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보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대 피해 장애인들을 신속하게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력 지원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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