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마다 재고 바닥 추가주문에 감감무소식
부산 한 병원은 지난해 10배…추석 직전에 몰려
불안감 고3수험생ㆍ40~50대 성인 접종대열로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에 시민들이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5일 오후 앞 사람과 거리를 두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협회 측은 일반 건강검진이 거의 끝난 오후 1시3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유료접종을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접종을 대거 확대하면서 '백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공급량은 예년과 비슷한데 수요는 급증한 때문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5일 일부 병의원에선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고, 남은 곳도 대부분 이번 주를 넘기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A이비인후과의원은 올해 예년처럼 유료접종용으로 150명분을 받았지만 5일 모두 소진됐다. 추석 전 제약사에 추가 주문을 문의했으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추가 접종을 포기하고 일부 재고가 남은 무료접종만 하는 실정이다. 달서구 B내과의원도 예년처럼 300명분을 받았지만 5일 오후 모두 떨어졌다.
백신을 아예 공급받지 못한 병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서구 C의원과 D정형외과 등은 9월 초에 백신을 주문했지만 5일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라 올해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무료접종 대상 확대로 유료접종용 백신 물량이 줄었고, 반면에 지난달 22일부터 예정한 청소년(13~18세) 무료접종이 백신 상온노출 사태로 잠정 중단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고3생과 일반인들이 대거 유료접종 대열에 합류한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H고 3학년 김모(18)양은 지난달 25일 수업을 마치고 학원에 가는 길에 이비인후과 의원에 들러 3만5,000원을 내고 맞았다. 김양 부모와 오빠도 며칠 뒤 같은 병원에 들러 접종했다. 김양 부모는 “항체 형성에 한 달 정도 걸린다는데, 무료접종을 기다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수능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 돈 내고 맞았다”며 “3만~5만원 하는 접종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독감 백신을 맞았다는 이모(58ㆍ회사원)씨처럼 불안감에 백신접종 대열에 뛰어든 경우도 많다.
부산의 한 병원에선 9월 초부터 추석연휴 전 29일까지 유료접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40여명의 10배가 넘는 5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340명이 백신 ‘상온노출’ 사태가 터진 22일부터 추석 연휴 직전까지 몰렸다.
유료 접종용 백신을 미리 많이 확보한 병의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한 병원 관계자는 “아직 어린이용은 여유가 있고, 어르신용은 이달 중순부터 공급될 예정인데, 청소년용 정부조달 백신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게 되면 자칫 유료접종용으로 무료 접종해야 하는 사태가 우려된다”며 “제약사의 병의원 백신 공급 자체가 큰 차이가 나는데,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 지침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병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백신 물량을 예년에 비해 많이 확보했는데 접종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다”며 “병의원과 달리 추가 진료비가 나가고 접근성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독감 무료접종 대상을 크게 늘렸다. 고령자는 65세 이상에서 62세 이상, 청소년ㆍ어린이는 13~18세 연령대를 추가했다. 대략 300만명 이상 추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확보한 3,000만명분 중 1,900만명분은 무료접종용으로, 유료접종용이 1,100만명분밖에 되지 않는다. 병의원 공급가도 5,000원 가량 인상됐고 접종비도 그 만큼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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