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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정책의 바람

입력
2020.10.05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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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성동구청장이 3일 서울 성동구 태진운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3일 서울 성동구 태진운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절 풍경이 이토록 달라질 수도 있다니. 모두에게 이번 추석은 당연하게 여겨온 것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낯선 도시를 가만히 돌아보니 우리가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연휴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병원, 요양원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 집 앞 현관까지 명절 먹거리를 가져다주는 택배기사, 마을버스로 동네 구석구석 데려다주는 운전기사. 멈춰 선 도시에서도 일하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감염병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이들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필수노동자’, 우리가 비대면 사회에 살 수 있게 해주는 보건의료, 돌봄, 물류, 교통 등의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서울 성동구가 먼저 나서 이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9월 10일 조례를 제정하고 위험수당 지급, 심리치료·건강관리 지원, 방역물품·안전보호장비 지급 등의 정책을 도입하였다.

필수노동자 정책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기초자치단체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서울 성동구의 정책이 시발점이 되어 다른 광역자치단체로 캠페인이 이어지고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필수노동자에 대해 언급하고 경제부총리가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의 정책이 중앙정부로 확산한 사례이다. 서울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정책을 보며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으로 자치분권을 추진해 왔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라는 개념을 공식화하고 중앙정부의 통치권력을 나눠 가진 지방정부가 자율성과 책임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자치분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실행 중이다. 중앙정부의 사무를 지방정부가 넘겨받는 행정적 분권을 넘어서 지역 단위로 ‘주민주권’의 원칙이 실현되는 자치정부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국세 대 지방세 비율 조정), 중앙-지방 협력 체계를 만드는 일들은 논의만 무성할 뿐 기대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먼저 다뤄져야 할 입법과제이다. 제도적인 분권화가 더디게 진행될수록 필수노동자 정책사례처럼 지방정부가 주도하여 중앙정부와 정책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적인 분권화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정책을 하향식으로 집행하는 것이 관행이 된 나라에서 지방정부가 선도하고 중앙정부가 따라가는 사례는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단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세계화’가 역설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서게 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미래는 다시 지역의 다양성을 살리는 ‘지역화’이다. 이동이 최소화되고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는 사회에서 내가 사는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은 시청, 구청, 동사무소에서 ‘행정’을 만나고 ‘정부’를 느낀다. 중앙정부를 천편일률적으로 따라가는 행정보다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 맞게끔 특화된 정책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다. 243개 지방정부가 ‘따로, 또 같이’ 분투할 때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의 미래가 완성될 것이다.



김은주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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