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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머리카락 한올을 1만개로 쪼갠 크기"…반도체 초미세 '나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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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머리카락 한올을 1만개로 쪼갠 크기"…반도체 초미세 '나노 경쟁'

입력
2020.10.1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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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7나노 생산 포기…삼성과 TSMC만 남은 경쟁
대당 2000억원 달하는 EUV 장비 통해 양산 가능
3나노부터 또 다시 반도체 구조 혁신적 변화

지난 7월, 7나노미터(nm) 공정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일정을 6개월 미루겠다고 발표한 인텔의 소식에 세계 반도체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수십년째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인텔조차 사실상 미세공정의 어려움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7나노미터 양산 계획을 연기한 인텔은 결국 반도체 생산을 외부 위탁업체(파운드리)에 맡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60달러 선에 머물렀던 인텔의 주가는 40달러 후반까지 떨어진 반면 일주일만에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주가는 14%, 삼성전자는 8% 올랐다. 현재 전세계에서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업체가 TSMC와 삼성전자 뿐이란 사실이 반영된 평가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머리카락 한올을 1만개로 쪼갠 크기

여기서 말하는 '나노미터'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현재 양산 가능한 최신 기술인 5나노미터는 머리카락 한올을 1만개로 쪼갠 크기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이유는 생산 효율성 때문이다. 회로 선폭이 미세할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반도체는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PR)로 알려진 화학 물질을 얇게 바른 후, 레이저를 이용해 미리 설계된 전자 회로를 웨이퍼 위에 그리는 과정 등을 거쳐 생산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계에선 회로 선폭이 10나노미터 이하인 미세 공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이런 통념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로 깨졌다. 이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14분의 1 수준으로 짧은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으로 웨이퍼에 패턴을 그린다.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 훨씬 세밀한 펜(EUV 광원)으로 기존의 두꺼운 붓(불화아르곤 광원)보다 훨씬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리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단독으로 생산하는 EUV 장비. ASML 제공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단독으로 생산하는 EUV 장비. ASML 제공

이를 위해 반도체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왔다. 현재 EUV 장비는 대당 1500억~2000억원으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사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ASML 장비의 확보 여부에 따라 초고성능 반도체 생산량이 달라질 정도로 ASML은 소위 '슈퍼 을'의 위치라고 평가 받는 배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피터 버닝크 ASML 최고경영자를 네덜란스에서 만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붓이 얇을수록 그만큼 공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불량 위험도 커진다. 또 초정밀 공정 장비, 자동화 물류 장비, 후공정 비용 어마어마한 비용 증가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 외에 어느 누구도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엔 도전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3나노 기술 한계…삼성과 TSMC의 다른 전략

초미세 나노미터 경쟁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업계에선 반도체 설계 구조의 변화로 이를 극복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다. 현재 반도체 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채널의 3면을 게이트가 감싸는 3차원(3D) 핀펫 구조. 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렸다.

반도체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에서 게이트는 말 그대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대문 역할을 한다. 게이트에 전압을 가하면 게이트와 맞닿아 있는 채널이 전기의 길을 열고 반대의 경우 전류를 차단한다. 게이트와 채널에서 누설되는 전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반도체의 성능이 좌우된다. 결국 트랜지스터에서 전류를 제어하는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적이 클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해 전력 효율성이 높아진다.

GAA 접근 방식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방향이 다소 다르다. 삼성전자는 4나노미터 이하에서 핀펫 구조가 전류 흐름을 정상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보고 3나노미터부터 GAA를 적용한다. 반면 TSMC는 3나노미터까지 핀펫을, 2나노미터에서 GAA를 채택한다는 전략이다.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의 압도적 1위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에서 승부를 건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전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1.5%, 삼성전자는 18.8%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GAA를 도입한 3나노미터 제품은 7나노미터급 핀펫 반도체보다 소비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사용 공간 45% 감소 등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핀펫 기술력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에게 앞선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두 업체 모두 2022년 3나노미터 공정 제품을 양산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동안 애플, AMD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은 TSMC의 기술력에 손을 들어주고 막대한 물량을 밀어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도 5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하는 퀄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칩을 전량 수주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삼성전자에게 맡기거나,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 복수의 업체로 생산을 분산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022년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3나노미터에서 GAA를 적용, 정상적으로 양산이 된다면 기술력 측면에서 TSMC를 앞서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GAA구조를 통해 3나노부터는 삼성이 TSMC 대비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TSMC의 2나노 GAA는 삼성의 3나노 GAA 공정 2세대와 실질 성능이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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