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로운 젤리 무찌르는 '보건교사 안은영'은 여성 히어로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로운 젤리 무찌르는 '보건교사 안은영'은 여성 히어로물"

입력
2020.10.06 04:30
수정
2020.10.06 11:49
20면
0 0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인터뷰


작가 정세랑이 쓰고, 감독 이경미가 만들고, 배우 정유미가 연기해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제공

작가 정세랑이 쓰고, 감독 이경미가 만들고, 배우 정유미가 연기해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제공


"나는 아무도 모르게 남을 돕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XX"

안은영(정유미).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다른 능력을 가진 목련고 보건교사다. 그 안은영이 드라마 도입부에 탁 내뱉는 이 욕설은 '이경미 월드'로의 입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작가 정세랑이 쓰고, 감독 이경미가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은 시작부터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이 감독은 5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 대사를 꼽으면서 "말 좀 안 듣게 생긴 것, 그런 느낌이 '이경미 같다'고 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학교를 그리는 방식 또한 그렇다. 교장의 시범 하에 매일 아침 모든 전교생이 겨드랑이를 다른 팔 주먹으로 치면서 "내 몸이 좋아진다, 좋아진다, 좋아진다"라고 외치는 장면 역시 누가 봐도 '괴랄(괴이+발랄)한' 이경미 월드다.

정세랑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달 25일 공개된 이 시리즈는 두 사람, 정세랑과 이경미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정세랑의 세계에서 "남성들은 액션이 거의 없고, 대부분 조력자로 그친다. 주된 역할은 여 주인공에게 액션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정도(김규림 평론가)"다. 이 감독 또한 '미쓰 홍당무'(2008)와 '비밀은 없다'(2016)에서 양미숙이나 연홍 같은 여성 캐릭터를 독특하고도 비범하게 뽑아내 박수를 받았다. 스스로 "내가 여자라 그런지 여자 얘기가 재밌다", "여자 주인공이 워낙 드물어 나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온 감독이다.

이 둘이 만나 탄생시킨 시리즈 속 '은영'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인간에겐 해로운 '젤리'를 무지개칼과 비비탄총으로 무찌르며 극을 이끈다. 상대역 한문 선생님 홍인표(남주혁)는 은영에게 맑고 좋은 기운을 전하는 충전기 역할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리즈에 적극적으로 덤빈 건 이 감독이었다. "직전 작품인 '비밀은 없다'를 개봉한 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 때 이 작품을 제안받았는데, 제가 보기엔 정세랑 작가의 소설 속엔 장차 여성 히어로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여성 히어로물의 프리퀄로 시즌1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제가 다시 제안을 했지요."


자신만의 독보적인 월드를 구축한 이경미 감독의 세계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명랑 판타지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구현됐다. 넷플릭스 제공

자신만의 독보적인 월드를 구축한 이경미 감독의 세계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명랑 판타지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구현됐다. 넷플릭스 제공


제작에는 공을 많이 들였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젤리가 대표적이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남듯, 사람의 욕망 뒤에 남는 흔적이 젤리다. 매회 은영이 무찔러야 할 젤리가 등장한다. 성욕이 만들어내는 에로틱 젤리부터 두꺼비 괴물, 해파리 젤리, '재수 옴 붙는다' 할 때의 옴벌레 등 희한한 젤리들이 줄 잇는다. "귀엽지만 징그럽다, 알록달록한데 만지긴 싫다 같은 양극단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모양"으로 구현했다.

'보건, 보건 교사다. 나를 아느냐. 나는 안은영. 보건! 젤리 젤리 젤리 젤리'란 가사가 반복되는 OST도 그렇다. 중독성이 강해 벌써부터 '수능금지곡'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 플랫폼이라 세계 190개국에 공개되니까 B급 정서로 세게 한 번 가보자, 이왕이면 한국어였으면 좋겠다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정 작가가 각본을 쓰고, 원작의 재료를 가져다 썼지만 6회 시리즈물인 만큼 각 회차를 이어볼 수 있도록 다듬는데도 힘을 많이 썼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넷플릿스와의 협업은 어땠을까. "극장용 상업영화로 간다면 절대 시도하지 못했을 지점이 많았는데 넷플릭스라 가능했다"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시즌2는? "밑밥은 충분히 깔아뒀으니 누구든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그건 넷플릭스에게 물어보라"며 웃었다.

그래도 중요한 건 결국 시청자들 반응이다. "제가 제일 욕심을 가졌던 부분은 소설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 이렇게 다시 시리즈로 소개됐을 때 '이런 재미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소설도 재밌고, 드라마도 재밌다'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권영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