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발생하지 않아도 긴장감 여전?
잠복기에 한글날 연휴까지 안심 못해?
서울?부산 등 집단감염으로 방역 비상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에 관광객들이 귀경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모(46)씨는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열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예전에는 가게 문을 열고 손님들이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엔 걱정이 앞섰다. 특히 관광객들이 들어올 때는 더욱 불안했다. 양씨는 “다른 지역 사투리 쓰는 손님이 오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장갑으로 한 번 더 무장하고 일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며 “추석 연휴에 28만명이나 제주에 다녀갔다는데, 어느 곳에서 확진자가 튀어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닷새간의 추석 연휴 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각지의 손님을 맞았던 전국 지자체들이 ‘명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와 강원 동해안 상인들은 반짝 특수에 반색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거쳐 언제 확진자로 둔갑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 28만명이 찾은 제주도는 섬 전체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제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별 방역 대책 기간이던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출ㆍ도착장에서 총 156명의 발열 증상자가 있었지만, 이 중 142명은 단순 발열(2차 체온 검사에서 정상)로 분류됐다. 나머지 14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방역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잠복기(최대 14일)가 끝나는 향후 2주간 더 지켜봐야 하고, 한글날 연휴(9~11일)에도 제주에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표 관광지인 천지연 폭포에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서울과 수도권에서 많은 ‘추캉스’ 인파가 다녀간 강원 동해안 지역도 마찬가지다. 강원지역에선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연휴 기간 4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강원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은 만큼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대표 관광지인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와 경포 해수욕장은 연휴 내내 인파로 북적였다”며 “만일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연휴기간 속초 장사항 횟집들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꽉 들어찼다. 지역 주민 석모(40)씨는 “주차할 곳을 찾는데 20여분이 걸릴 정도로,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때마침 단풍철이 시작된 설악산과 오대산에만 2만명이 넘는 등산객이 몰렸다. 강릉시 관계자는 “터미널과 역 등지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으나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모두 모니터링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인근 경기지역 지자체들은 ‘추석 명절 고향 방문하지 않기’ 캠페인의 후폭풍을 견뎌 내야 했다. 경기 포천 산정호수, 파주 임진각과 평화누리공원도 ‘집콕 추석’의 답답함을 털어 내려는 방문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포천 산정호수엔 지난달 30일부터 4일 오후 4시까지 7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한 달 전 주말 대비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임진각 방문객 수도 5만명을 기록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11개월 동안 중단됐던 안보관광이 지난달 25일 재개된 이후 방문객이 급증했다”며 “평소 주말 대비 30%가량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말했다. 인기 나들이 장소인 과천 어린이대공원도 주차하는 데만 30분씩 걸릴 정도로, 몰려든 인파에 극도의 혼잡도를 기록했다.
연휴 한복판이던 지난 1일 일일 확진자 수 18명을 기록한 부산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18명은 부산 일일 확진자 수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부산시는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한 고위험시설 6종에 대해 명령 기간을 5일부터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목욕장업에 대해서도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또 일반음식점에 대해서도 규모와 관계없이 출입자명부 작성,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는 집합제한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오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된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자료를 들고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창 틈으로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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