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확진 후 첫 거래일
뉴욕증시 0.96%까지 낙폭 줄여
"최근 사망률 낮아 투자심리 유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최고권력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초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병환 양상에 따라 시장의 충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 대선과 추가 경기부양책이라는 초미의 관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지금 같은 대통령 유고(有故) 상황은 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불확실성을 가장 꺼리는 금융시장에서는 확실한 회복도, 악화도 아닌 어정쩡한 건강상태 장기화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즉각 충격은 과거 대통령 유고시보다 덜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을 알린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뉴욕 증시에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 대비 1.2%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0.96%까지 낙폭을 줄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8%, 나스닥 종합지수는 2.22%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올랐지만 0.1%에 그쳤고, 미국 국채금리는 0.02%포인트 올랐다(국채가격 하락).
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장마비(-6.6%), 존 케네디 암살(-2.8%) 등 과거 대통령의 암살ㆍ암살 미수ㆍ급환 등 유고 상황 직후에 비해 크지 않은 충격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이런 사건의 경제 충격은 역사적으로 대개 곧장 회복되고는 했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대통령 확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사망률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 투자심리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병세 심해지면 금융시장 충격 커질 수도"
다만 시장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대변하는 뉴욕 증시의 변동성지수는 2일 3.48%나 상승했다. 같은 날 발표된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기대치를 밑돌아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고, △코로나19 확산 지속 △트럼프 대통령 낙선 시 대선 불복 가능성 △의회에서 논의 중인 경기부양책 합의 지연 등의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증상이 악화될 경우 이는 시장에 명백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육군 병원에 입원하면서, 최악의 경우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 직무와 대선후보 자리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와 체형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치명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 경우 금융시장 충격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경기부양책 영향이 관건... "조기 회복시 경제재개 본격화" 전망도
최근 글로벌 증시와 경제 흐름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타결 여부다. 추가 경기부양책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 탄력성을 잃은 가운데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유일한 '호재'다.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다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JP모건과 시티은행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증상이 심각해질 경우 현재 대립 중인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초당적 협력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오히려 낙관론을 폈다. 반면 미즈호은행은 "조지프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경기부양안 통과에 더 비협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서 빠르게 회복할 경우,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캐나다 TD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회복한다면 현재의 의료시스템으로 코로나19 극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경제활동 재개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동정여론으로 탄력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한국 경제 영향은? "달러 강세 주시해야"
국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당분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면서 원ㆍ달러 환율을 끌어올릴(원화가치 하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그 충격이 급격히 커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화는 소폭 약세(-0.3%, 달러당 1,167원)를 보였고,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사용하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0.00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해외 투자자 심리가 어느 정도는 위축됐음을 의미하지만, 변동폭이 크지는 않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환율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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