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추천 6명 설명 없이 이례적 임명 거부
아베 정권 '안보법ㆍ공모죄? 신설'에 반대한 전력
관방장관 시절 인사권 활용한 관료 장악과 유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정권이 ‘학문의 자유에 개입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 전력이 있는 학자들을 일본학술회의 회원으로 임명하지 않으면서다. 학술회의의 추천 후보들을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데다 스가 총리도 “법에 따라 적절히 대응했다”고만 할 뿐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스가 총리는 1일 학술회의 신규회원 임명에서 추천 받은 105명 중 99명을 임명하고 6명을 제외했다. 학술회의 회원은 210명으로 임기는 6년이고 3년마다 절반씩 교체된다. 총리가 임명 권한을 갖고 있으나 통상 학술회의 추천을 받은 인물이 그대로 임명돼 왔다는 점에서 6명에 대한 임명 보류는 이례적인 조치다. 이에 학술회의는 3일 스가 총리에게 임명하지 않은 이유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6명에 대한 임명 요청서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임명에서 제외된 6명 중 대부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추진한 안보법과 공모죄 처벌법 등에 반대한 인사들이란 점에서 ‘블랙리스트’ 논란과 유사하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간부들을 인사에서 배제하면서 관료사회를 장악했다. 이번 인사 거부에 대해 학계까지 ‘손타쿠(윗사람의 의중을 헤아려 행동함)’를 강요하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명 대상에서 빠진 마쓰미야 다카아키(松宮孝明)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2017년 조직범죄처벌법 개정 과정에서 공모죄 신설에 대해 “전후 최악의 치안법”이라고 비판했다. 오자와 류이치(小澤隆一) 도쿄지케이카이의대 교수(헌법학)도 2015년 국회에 출석해 안보법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학자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아베 내각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여름 70세 정년을 맞은 3명의 회원이 있었으나 총리관저가 추천 후보들에 대해 난색을 보여 2017년 가을까지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당시 학술회의 추천 후보와 관련해 “반드시 임명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계와 야당에서는 정부의 학계 길들이기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이례적인 결정을 한 배경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토 기미오(伊藤公雄) 교토대 명예교수는 “정부의 폭주를 멈추게 하는 기능 하나를 줄이는 것이 될 수 있고 일본사회에 큰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라면 지나칠 수 없다. 국회에서 철저하게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회원 인사 등을 통해 일정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상 가능하고 학문의 자유 침해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다.
1949년 발족한 일본학술회의는 철학 법학 경제학 물리학 의학 등 각 부문 전문가로 구성된 일본 학자그룹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총리가 소관하고 운영비를 국고로 부담하지만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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