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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그만둔다" 한 직원, 법원이 '부당해고'로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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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그만둔다" 한 직원, 법원이 '부당해고'로 본 이유

입력
2020.10.04 12:06
수정
2020.10.04 12: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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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장과의 말싸움 끝에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홧김 발언을 한 직원이 “왜 아직도 일하고 있냐”는 사장의 말에 이튿날부터 결근을 했다면 자진퇴사가 아닌 ‘해고’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직원이 언쟁 직후 다시 업무에 복귀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진짜 사직 의사를 밝힌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한 부부가 공동대표인 제과ㆍ제빵업체에 제빵 생산관리 책임자로 입사했다. 4개월 후, A씨는 부부의 아들이자 실질적인 사업체 운영자인 B씨와 언쟁을 벌이다 짐을 싸서 나왔고,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낸 구제 신청과 중노위에 낸 재심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방노동위와 중노위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해고 자체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오히려 A씨의 의사에 반한, B씨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양측의 근로계약 관계가 끝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위원회와 법원 판결이 엇갈린 건 A씨와 B씨 간 언쟁 당시 상황을 달리 봤기 때문이다. 다툼이 있던 당일, B씨는 A씨에게 “이렇게 거짓말하면 같이 일 못 한다”고 질책했고, A씨는 “그럼 내가 그만두면 되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제빵실로 복귀해 일하던 A씨에게 B씨는 “나간다고 하지 않았냐. 왜 일을 하고 있느냐”고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 이에 A씨는 바로 짐을 챙겨 나갔고, B씨 측은 몇 시간 후 그날까지의 급여 200만원을 보내 근로관계를 공식 종료했다.

재판부는 “B씨의 첫 번째 질책에 대해 A씨가 ‘그만두면 되지 않냐’는 의사를 표했더라도, 제빵실로 돌아가 근무하고 있었다면 진정으로 사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이후 B씨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잘못을 해명하며 ‘그런 이유로 해고하냐’고 항의했고, ‘해임’이라는 표현도 직접 썼다”며 “그런데 B씨는 ‘해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거짓말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해고 사유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B씨 주장과는 달리, “A씨를 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 등을 서면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절차적으로 위법한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중노위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2심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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