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식품의약품안전처 체외진단기기과장
올해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1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긴급 사용 승인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다음날 공고와 함께 신청이 줄을 이었고 7일 만인 2월 4일 첫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하면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진단 시약은 체외진단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이나 소변, 객담 등 사람에게서 검체를 체취해 질병을 진단한다. 국내에서 긴급 사용되는 진단 시약은 ‘분자 진단(RT-PCR) 방식’을 사용하는 유전자 진단 시약 제품이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의 코나 입에서 가래나 점액을 검체로 이용한다. 진단 시약은 코로나19 바이러스만이 가진 유전자 부위를 인식하는 프라이머(Primer)와 효소, 완충제 등으로 구성된다. 바이러스가 있으면 프라이머가 인식한 유전자가 수만 배 증폭돼 바이러스를 확인한다.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확인 가능한 것은 이 같은 증폭 과정 때문이다. 전염력이 강하지만 감염 초기에 증상이 없거나 약한 코로나19를 이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검사용 제품은 모두 유전자 진단 방식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확진 검사 제품’과 ‘응급 선별 검사 제품’으로 나뉜다. 확진 검사 제품은 코로나19 감염자의 확진을 목적으로 6시간 이내 결과를 확인한다. 응급 선별 검사 제품은 1시간 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긴급히 수술해야 하는 환자 등에게 쓰이고 있다.
독감(인플루엔자) 유행 계절이 다가오면서 독감만 진단하는 시약이 국내 유통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인식하는 프라이머와 독감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프라이머가 함께 작용해 두 바이러스를 동시에 확인함으로써 검사 시간을 줄인다.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진단 시약은 국내에서 개발 중이다. 동시 진단 시약 관련 제품이 허가돼 사용된다면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우리 진단 시약이 세계 방역을 책임졌던 상황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진단 시약의 신속한 개발은 국내 코로나19 초기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했다. 국제사회가 한국 체외 진단 제품을 인정하면서 K-방역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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