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한 트럼프?
펜스 부통령에 일시적 권력 이양은 부정
백악관 "경미한 증상, 예방적 조처"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린원 헬리콥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병원에 입원하면서도 부통령에게 권력 이양은 하지 않았다. 예방적 조처로 입원한 것으로 국정 수행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은 "아직 부통령에 대한 권력 이양은 없었다"면서 "대통령이 책임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예측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권력 이양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미한 증상만 있는 상태로 예방적 조처 차원에서 입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예방적 조처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간 월터 리드 (병원)집무실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를 이용해 메릴랜드주 배데스다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했다. 백악관에서 이동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헬기를 향해 걸어가던 트럼프는 백악관 공동취재단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는 확진 판정 후 처음 언론에 공개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도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청난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입원 사실을 알리고 "우리는 반드시 일이 잘 풀리도록 할 것"이라며 "영부인도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마린원 헬리콥터가 메릴랜드주 배데스다 월터 리드 군병원에 착륙하자 인근 병원 문에 지지자들이 몰려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배데스다=AP 연합뉴스
미 CNN방송은 트럼프의 낙관적인 태도에 대해 "상황의 본질적인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내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의료 시설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입원은 극히 드문 일로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방송에서 "현재로서는 괜찮지만 상황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우려"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상태가 영부인 멜라니아보다 더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1967년 마련된 미 수정헌법 25조는 감염병 등 대통령의 의학적 유고(有故) 상황에 대비해 '의학적으로 무능력 상태에 놓인 대통령은 부통령에게 권력을 일시적으로 이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역대 세 차례 해당 조항이 발동했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잠시 조지 H. W. 부시 부통령에게 권력을 넘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002년과 2007년 각각 같은 사유로 딕 체니 부통령에게 권력을 일시 이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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