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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빠' 성동일이 BTSㆍ박보검까지 사로잡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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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빠' 성동일이 BTSㆍ박보검까지 사로잡은 비결은?

입력
2020.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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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동일.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성동일.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빠는 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안 찍어?”

배우 성동일(53)은 아이들의 질문에 뜨끔했다.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로 얼굴을 알려 어느새 14, 11, 9살이 된 성준, 성빈, 성율 말이다. 아빠 역할 전문 배우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가족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주연급으로 출연한 영화로 범위를 좁히면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은, 아이들이 아빠 출연작 중 가장 좋아한다는 ‘미스터 고’(2013) 이후 없었다. 그래서 영화 ‘담보’ 출연 제의는 ‘패밀리맨’ 성동일이 피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그보다 먼저 읽은 아이들의 추천에 그는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영화 ‘담보’는 신파극 요소가 다분한 가족극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 중국으로 추방당한 조선족 명자(김윤진)의 딸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형적인 ‘츤데레(쌀쌀맞고 인정 없어 보이나 속내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아빠 역을 맡은 성동일은 영화에서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준다.

‘담보’는 신파극이 클리셰를 가져와 ‘이래도 안 울 거야’ 하는 식으로 관객이 눈물을 쥐어짠다. 다분히 진부하고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다. 이 같은 단점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상쇄한다. 늘 비슷한 아빠를 연기하는 듯해도 성동일은 진한 인간미로 관객을 설득해내고야 만다. 그의 과장 없는 생활 연기가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엔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연기도 있다. 극 중 승이는 부모가 살아있는데도 함께 살지 못하는 불행한 아이다. 그 역시 사생아로 태어나 10살 때까지 호적에 오르지 못해 학교도 가지 못했던 불행한 가정사를 고백한 적이 있다. 영화엔 설명되지 않지만 두석 역시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림 받은 인물이다. 승이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두석은 “가족이 전부”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부모가 없다는 게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승이가 더 안쓰러웠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이 갔어요. 다만 이전 작품과 달리 친딸이 아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SBS 공채 탤런트 출신인 성동일은 드라마에서 비중이 작은 역할을 맡다 영화로 건너와 꽃을 피웠다. 조연 위주로 출연하지만 ‘미스터 고’ ‘탐정: 더 비기닝’ ‘반드시 잡는다’ 등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도 여러 편이다. 그런데도 주연을 맡는 건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되도록 비중 있는 건 하지 않으려 해요. 남의 돈 쓰기가 제일 무섭거든요. 요즘 들어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미스터 고’ 이후 몇 년간 주연으로 출연 안 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전 스스로를 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가진 거라곤 망치 하나뿐인 목수랄까요. 가끔 주연 제의를 거절할 때도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영화 '담보' 중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담보' 중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동일은 잘 바뀌지 않는 배우다. 작품 속과 실제 모습이 별 차이가 없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 ‘담보’에서도 딱히 연기 변신이라 할 만한 건 없다. 그 역시 “시나리오가 좋아서 별로 할 게 없었다”며 “아이들도 영화를 보고 나선 초반부 두석이 딱 아빠 같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변신은 없어요. 변신이 안 돼요. 영화 하나 찍는다고 그거 준비하러 유학 갔다 올 수도 없고. 대신 주변에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 따라하긴 하죠. 작품에 맞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아 그를 흉내 내는 건데요. ‘담보’를 찍을 때도 지인 중에 한 명을 모델로 삼아서 연기했습니다."

그는 영화계 대표적인 애주가다. ‘담보’를 촬영할 때도 자신의 호텔 방에 중고 냉장고를 들여 술을 쌓아놓고 동료 배우, 스태트들과 술잔을 부딪히고 아침이면 함께 운동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뷔와 청춘스타 박보검이 이 숙소에 들렀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비결은 뭘까. “인생에 대해,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많이 들어주고 칭찬해주려고 하죠. 그게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대신 주사가 있는 사람과는 절대 술을 안 마십니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 절대 권하지도 않죠.”

성동일은 다작 배우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 드라마 ‘방법’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 출연한 그는 JTBC 드라마 ‘시지프스: 더 미스’에 이어 tvN 드라마 ‘지리산’에 출연한다. “주위에서 언제 쉬냐고 물어요. 그럴 땐 죽어서 쉰다고 말하죠. 자식과 아내는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자식이 없었다면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내가 어떻게 됐을까 싶어요. 김광규한테 행복한 줄 알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내가 죽더라도 아이들에게 아빠는 이런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열심히 살다 간 연기자라는 걸 남기고 싶은 것도 있죠.”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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