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을 1년반 가량 앞둔 야권에는 눈에 띄는 주자가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나란히 3%를 기록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야권 후보군으로 꼽히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3%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1위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여권의 상황과 대비된다.
인물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야권에서도 차기 대선 출마 의지가 분명하거나 도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선을 준비 중이다. 차기 대선 스케줄을 감안하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 이후 주목해야 할 대선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잠룡'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원희룡, 페북정치로 존재감 끌어올리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승리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고 당 안팎에서 세 결집에 나섰다. 제주도정을 챙겨야 하는 상황 때문에 중앙정치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그를 가장 먼저 경쟁터로 이끌어낸 듯하다.
원 지사는 최근 하루 한 건 이상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이른바 ‘페북정치’에 열중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여권 대선 주자들을 공개 비판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를 주장한 이 지사를 겨냥해 20일 “대한민국의 미래보다 자신의 지지율을 더 중시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현실적 검토 없는 자극적 주장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고 직격했고, 이낙연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독감 예방 접종의 전 국민 확대를 주장했다. 무주공산인 야권의 대선 레이스에 가장 먼저 출마 채비를 밝혔지만, 당 대표급 인사들에 비해 크지 않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몸 푸는 유승민, 잠행하는 황교안
올해 초 야권통합을 성사시킨 뒤 4ㆍ15 총선에 불출마하며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둬왔던 유승민 전 의원은 복귀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과거 바른정당의 당사가 있던 여의도의 한 건물(태흥빌딩)에 입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쯤 사무실을 열고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총선 이후 매진해 왔던 경제 관련 저서 집필이 거의 마무리 된 것으로 안다”며 “북콘서트 개최 등 형식으로 대선 레이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야권통합의 또 다른 주역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초선 의원 6명과 만찬회동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복귀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아직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알려진 것은 없다. 황 전 대표는 4ㆍ15 총선 낙선 후에도 계속 종로에 거주하며 종로 당협위원장직도 유지 중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크게 패하면서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전국적 인지도와 적잖은 지지층 등에 힘입어 대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
‘복당 먼저’ 홍준표, 새 거처 마련한 오세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초반 김 위원장에게 날을 세웠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당에 대한 비판을 멈췄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껏 높였다.
차기 대선 도전 의지가 분명한 홍 전 대표는 일단 국민의힘 복당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듯하다. 야권의 한 인사는 “당내에 홍 전 대표 복당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복당을 위해 몸을 낮춘 것”이라고 했다. 물밑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는 홍 전 대표는 추석 연휴 이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강연자로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추 장관이 서울 광진을 지역구 의원이던 시절 사용하던 사무실에 새 거처를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장관으로) 영전하셨으니 명당 자리인 것은 같은데 오만가지 간섭하는거 닮을까봐, 오만방자 칼춤사위 옮을까봐, 심히 걱정된다”고 썼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던 오 전 시장은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을 거점으로 여의도를 오가며 세 끌어 모으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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