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 전국댐피해극복협의회 공동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9일 섬진강댐의 갑작스런 방류로 물바다가 된 구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재민편에서 수해조사와 지원방법을 찾겠다. 정부입김이 반영된 결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바로 전날 출범한 환경부 ‘댐관리조사위원회’는 이 발언에 의문을 품게 한다. 물난리가 났으니 ‘수재(水災)’조사를 하면 되는데 ‘댐관리(?)’를 조사하겠단다. 뭔가 이름부터 알쏭달쏭하다.
거기다가 조사위원 19명(중앙7+지역12) 중 17명이 교수다. 정부추천위원은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분과회의에 모두 참여할 수 있지만, 지역추천위원은 해당 분과만 참여한다.
이는 정부가 ‘갑’이 돼 조사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며, 지역위원 간 정보교류와 연대를 막는 권위적 발상이다.
수자원·하천학회에 위원이 각각 3명, 1명이 배정됐다. 위원을 교수일색으로 한 것도 모자라 많은 학회 중 댐친화적인 이 학회만 추천 자격을 준 것도 문제다. 차라리 이들 학회에 용역을 줄 것이지 마치 공정성이 담보된 듯 ‘조사위원회’로 치장한 것 아닌가.
환경부로부터 추천문서를 받은 한 군수는 “우리 군에선 그 자격조건에 맞는 단 한분도 계시지 않아, (신뢰하기 어려운) 외지전문가를 추천할 수 없어 거부했다”며 분개했다. 추천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정부요구라 어쩔 수 없이 외지전문가라도 추천한 것이다.
이렇게 조사위원원회를 구성해 놓고 지역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변하는 환경부는 수재지역에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다. 지역대표성도, 정서도 외면한 위원회 조사 결과를 누가 인정하겠는가.
충주·소양강댐 지역은 급방류로 인한 피해가 적었다. 왜 남부권처럼 해를 입지 않았는지도 조사돼야 하니 분과위원회도 늘려야 한다.
환경부는 수재를 일으킨 당사자다. 어찌 가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한단 말인가. 환경부는 조사받을 대상이지 조사할 주체가 아니다. 이것이 여당 대표가 언급한 ‘이재민 편’에서 조사하는 것인가. 이러려고 “저희에게 맡겨 달라”고 했나.
국무총리 주관의 피해지역 중심 ‘수재(水災)조사위원회’를 만들자. 원인을 밝히고, 어떻게 피해자 입장에서 배·보상할지, 댐규정을 고칠지 하는 일에 토목공학자가 중심일 이유는 없다.
홍수철에 댐을 비우고 평시에 담수해 가뭄 때 물을 내보내는 것은 상식이다. 민초에 대한 자비심과 산수를 할 능력이면 이번 수재의 전모를 규명할 수 있다.
처음부터 거짓과 변칙으로 수재민을 두번 울리는 이들에게 국회는 ‘수재(水災) 국정조사’로 답해야 할 것이다. 이것 만이 피해국민에 대한 도리요 공정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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