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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폭탄 안고 돌아온 양동근 "배우 인생은 마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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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폭탄 안고 돌아온 양동근 "배우 인생은 마흔부터!"

입력
2020.09.29 1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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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 출연한 배우 양동근.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 출연한 배우 양동근.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제겐 코믹 DNA가 없어요. ‘진지충(매사에 진지한 사람)’이죠. 아내에게도 재미없다고 혼날 정도예요.”

33년차 배우 양동근은 자신을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29일 개봉한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모처럼 웃음폭탄을 들고 돌아왔건만, 끝내 그는 진지해버리고 말았다. 영화에 대해서도 “매 순간 진지하게 임했"다는 양동근은 "내가 연기한 게 코미디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느껴졌다면 그건 연출 덕"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양동근은 1시간 내내 농담 한마디 섞지 않을 만큼 진지했으나, 조금 들뜬 듯 유쾌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그가 2013년 ‘응징자’ 이후 7년 만에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작품. 부부간의 치정 복수극에다 알고보니 남편이 외계인이었다는 기이한 설정을 가미한, 독특한 유머로 무장한 이색 스릴러다.

그가 맡은 역할은 탐정 겸 외계인 전문가 닥터 장. 외계인 남편 만길(김성오)에 맞서 싸우는 아내 소희(이정현)를 돕는 인물이다. 양동근은 “외계인이라는 소재가 참신했고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라서 좋았다”고 했다. 미리 준비하기 보다 현장에서 조금씩 인물을 만들어가며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양동근은 원래 철저한 준비로 유명한 배우. 그는 “원래 그런 스타일인데, 그게 20대 땐 통했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현장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렇게 연기 방식을 바꾸려 노력한 게 10여년.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을 통해 비로소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게 뭐야’ 하면서 출연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엔 보물지도처럼 여기에 뭔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여행을 떠난 거죠.”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 출연한 배우 양동근.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 출연한 배우 양동근.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그는 결혼과 함께 큰 변화를 겪었다. 그는 “결혼 후 예전의 ‘구리구리 양동근’ 캐릭터로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다”며 “지난 10년간 아빠 캐릭터, 남편 캐릭터를 연마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가게 된 것도 아내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결혼한 뒤에야 아내가 저와 유머 코드가 안 맞는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완전히 큰일난 거죠. 그래서 예능도 나가고 안 해 본 걸 시도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저를 보며 화났냐고 하던 사람들이 이젠 눈만 마주쳐도 피식 웃어요. 사람들은 즐거운 걸 원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양동근의 대표작은 여전히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다. 그는 “그 작품 찍고 죽었으면 제임스 딘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른이 되기 전엔 그보다 더 멋있는 걸 해보고 싶었지만 안 됐다는 걸 경험했어요. 30대는 그걸 넘어설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난 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던 시기였죠. 40대가 되니 완전히 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어요. 그 작품을 기준으로 사고하지 않기로 했어요.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를 남겼듯 저도 이 작품 하나 남겼으니 배우 인생에 욕심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본을 집어 넣으면 바로 연기하도록 최적화된 기계”처럼 살아왔다는 그는 요즘 들어 한층 편하고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어릴 적 들었던 ‘남자배우는 마흔부터’라는 말이 요즘 들어 힘이 된다고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어요. 이전에 뭘 했든 그건 연습게임, 워밍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진짜 배우 인생은 지금부터인 거죠.”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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